기상 데이터와 벌 활동량 상관관계 관찰기
작년 여름 폭염이 유독 심했던 날, 저는 벌통 앞에서 일벌들이 무리 지어 바깥으로 나와 매달려 있는 걸 처음 봤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더위를 피하려는 행동이라고 해서, 그해 늦게라도 그늘막을 설치했습니다. 올해는 아예 여름이 오기 전부터 미리 설치해 두고, 설치 전후를 비교해 봤습니다. 처음 그 광경을 봤을 때는 무슨 큰일이 난 줄 알고 한참을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매년 여름이 더 뜨거워지는 것 같아서, 이런 대비가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비교 대상은 그늘막을 설치한 벌통 다섯 군과, 기존 위치 그대로 둔 벌통 다섯 군입니다. 그늘막은 차광막을 지지대에 걸어 벌통 위쪽에서 오후 햇빛을 가리는 형태로 설치했습니다. 관찰은 한여름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긴 날들을 기준으로, 오후 2시경 벌통 앞 상황을 촬영하고 기록했습니다. 열흘 남짓한 폭염 기간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확인해서, 최대한 조건을 맞추려 노력했습니다.
| 구분 | 그늘막 설치 | 그늘막 미설치 |
|---|---|---|
| 매달림 행동 발생 빈도 | 거의 없음 | 고온일 대부분 발생 |
| 소문 앞 활동량(체감) | 평소와 비슷 | 눈에 띄게 둔함 |
| 물 나르는 벌 수 | 평소 수준 | 확연히 증가 |
| 벌통 내부 온도(손등 체감) | 따뜻한 정도 | 뜨거울 정도 |
| 설치 수고 | 지지대, 차광막 설치 필요 | 없음 |
표만 놓고 보면 그늘막 쪽이 거의 모든 항목에서 앞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일하게 설치 수고 항목에서는 미설치 쪽이 유리합니다. 결국 이 표는 "효과는 확실하지만 손이 아예 안 가는 건 아니다"라는 그늘막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가장 뚜렷한 차이는 매달림 행동이었습니다. 그늘막을 설치한 통에서는 폭염이 이어진 2주 동안 매달림 행동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미설치 통에서는 35도를 넘긴 날마다 어김없이 나타났습니다. 이 행동 하나만 놓고 보면 그늘막의 효과는 확실해 보였습니다. 작년에 처음 이 광경을 봤을 때의 당혹감을 생각하면, 올해는 그늘막 덕분에 훨씬 마음 편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물을 나르는 벌의 수도 눈에 띄게 차이가 났습니다. 미설치 통 앞에서는 물을 계속 실어 나르는 벌들이 분주하게 오갔는데, 이건 아마 벌통 내부를 식히기 위해 물을 뿌려 증발시키는 행동으로 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벌들이 채밀이나 다른 활동에 쓸 에너지를 온도 조절에 써야 하니,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정확한 채밀량 차이까지는 이번에 측정하지 못했지만, 에너지를 온도 조절에 쓰는 만큼 다른 활동이 줄어드는 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이번 비교에서 아쉬운 점은, 벌통 내부 온도를 정확한 온도계로 측정하지 못하고 손등으로 벽면을 만져본 체감으로만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따뜻한 정도"와 "뜨거울 정도"라는 구분이 지극히 주관적이라, 다른 사람이 만져본다면 다르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다음번에는 벌통 외벽과 내부에 온도계를 직접 부착해서 객관적인 수치로 비교해보고 싶습니다. 매번 손등으로 만져보고 "이 정도면 뜨거운 편"이라고 판단하는 게 스스로도 미덥지 않았는데, 정확한 숫자가 있었다면 훨씬 설득력 있는 비교가 됐을 것 같습니다. 온도 센서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게 이번 비교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남습니다.
또한 그늘막을 설치한 통과 미설치 통의 위치 자체도 완전히 동일한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봉장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볕을 받긴 하지만, 위치에 따라 미세한 통풍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 이 부분이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통 열 개를 완전히 무작위로 섞어서 배치하지 않은 것도, 지나고 보니 이번 비교의 아쉬운 점 중 하나였습니다.
그늘막 설치 자체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습니다. 지지대를 벌통 옆에 박아 고정하고, 차광막을 씌우는 데 통당 20분 가까이 걸렸습니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차광막이 펄럭여서 다시 고정해야 하는 일도 몇 번 있었는데, 이런 유지보수 시간까지 고려하면 그늘막이 완전히 손이 안 가는 대책은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에는 지지대 두 개가 완전히 쓰러져 있어서, 다시 세우는 데 한나절을 꼬박 썼던 적도 있습니다. 이런 예상 못 한 손질까지 고려하면, 그늘막도 나름의 관리가 필요한 시설물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비용 면에서도 지지대와 차광막을 새로 구입해야 해서, 다섯 군 기준으로 적지 않은 초기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다만 한 번 설치해 두면 몇 년은 재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장기적으로 보면 부담이 크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차광막 자체는 자외선에 계속 노출되다 보니 색이 바래고 삭는 게 눈에 보였는데, 이걸 몇 년마다 교체해야 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재사용 가능 기간을 정확히 알게 되면, 장기적인 비용 계산도 훨씬 명확해질 것 같습니다.
이번 비교를 통해 그늘막의 효과는 어느 정도 체감했지만, 정확한 수치 데이터로 뒷받침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내년에는 온도계를 추가해서 조금 더 객관적인 비교를 해보고, 나머지 벌통에도 그늘막을 확대 적용할지 결정하려 합니다. 폭염이 매년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이런 대비책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 같다고 느낍니다. 매달림 행동을 처음 봤던 그날의 당혹감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이런 사전 대비가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이번 여름을 지내며 다시 느꼈습니다. 작은 그늘 하나가 벌들의 여름을 이렇게까지 편하게 만들어줄 줄은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