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데이터와 벌 활동량 상관관계 관찰기
겨울이 가까워질 때마다 제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벌통을 열어보지 않고도 안쪽 상황을 어느 정도 알 수 없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자주 내검하기도 부담스럽고,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한 벌통 안에서 벌들이 어떻게 겨울을 보내는지 알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난겨울에는 몇 개 벌통에 온습도 센서를 설치하고 기록을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온도가 몇 도인지 확인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주 동안 기록을 보다 보니 중요한 것은 어느 한순간의 숫자가 아니라 하루 동안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며칠 동안 어떤 흐름이 이어지는지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센서를 설치한 초기에는 아침저녁으로 휴대전화에 표시되는 온도와 습도를 확인했습니다. 처음 며칠은 새로운 장난감이라도 생긴 것처럼 수시로 들여다봤습니다. 바깥 기온이 내려가면 벌통 내부도 바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 기록은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밖이 추워지는 시간과 내부 온도가 움직이는 시간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고, 같은 봉장에 있는 벌통끼리도 기록 모습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여기서부터 저는 절대적인 숫자보다 각 벌통이 평소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기록해 두는 게 더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기온이 크게 떨어진 날이면 예전에는 벌통 밖에서 소문 상태를 살펴보는 정도였습니다. 센서를 설치한 뒤에는 자연스럽게 내부 기록도 함께 확인하게 됐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외부 기온 변화가 그대로 벌통 안쪽에 복사되듯 나타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벌들이 모여 겨울을 나는 만큼 내부에는 나름의 변화 패턴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디지털 센서를 이용한 국내 연구에서도 외부 온도가 변하는 상황에서 벌통 중심부 온도를 관찰해 월동 상태를 분석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오늘 몇 도인가?”보다 “어제와 비교해서 움직임이 달라졌는가?”를 먼저 보게 됐습니다.
습도는 저에게 온도보다 훨씬 어려운 기록이었습니다. 수치가 올라가면 바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야 하는지, 날씨 때문에 일시적으로 변한 것인지 처음에는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비나 눈이 오기 전후처럼 외부 습도가 크게 달라지는 날에는 벌통 안쪽 기록도 함께 움직였습니다. 그렇다고 센서 숫자 하나만 보고 벌통을 바로 열어볼 수도 없었습니다. 겨울철에는 확인을 위한 행동 자체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는 습도 기록을 단독으로 판단하지 않고 외부 날씨, 벌통 주변의 결로 여부, 소문 상태 등을 같이 적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기록 항목을 늘리니 처음에는 의미 없어 보였던 숫자가 조금씩 상황과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센서를 달기 전에는 장비가 벌통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직접 써본 뒤 생각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센서가 알려주는 것은 벌들이 건강하다거나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라기보다 평소와 다른 변화가 생겼다는 신호에 가까웠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 비슷한 흐름을 보이던 벌통의 기록이 갑자기 다르게 움직이면 그때부터 해당 벌통을 조금 더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반대로 숫자가 잠깐 변했다가 다시 평소 흐름으로 돌아온 경우에는 무리해서 벌통을 열지 않고 기록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제가 가장 흥미롭게 느낀 부분입니다. 같은 장소에 나란히 놓여 있고 같은 날씨를 겪는데도 센서 기록은 완전히 같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센서 오차인가 싶었습니다. 위치를 다시 살펴보고 기록을 계속 비교하다 보니 봉군마다 세력이나 벌이 자리 잡은 위치 등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특정 벌통의 수치를 다른 벌통과 무조건 비교하기보다 그 벌통 자체의 과거 기록과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와 이번 주의 흐름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는 방식입니다.
온습도 기록이 쌓이면서 겨울 봉군을 바라보는 방법은 분명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센서가 있다고 해서 현장에서 확인해야 할 일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소문이 막히지는 않았는지, 바람이 직접 들어오는 곳은 없는지, 벌통 주변에 습기가 지나치게 차지는 않는지 같은 부분은 결국 직접 확인해야 했습니다. 센서 데이터와 현장 모습을 함께 봤을 때 비로소 기록을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한 번의 겨울 기록만으로 어떤 수치를 정상이라고 정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스마트 가온 장치를 이용해 겨울철 벌통 내부 환경을 관리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지만, 제가 사용한 센서 기록은 어디까지나 제 봉장의 조건에서 얻은 관찰 자료입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에는 지난해 기록과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같은 벌통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지, 봉군 상태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지도 계속 적어볼 생각입니다.
처음 센서를 설치했을 때 제가 원했던 것은 벌통을 열지 않고도 내부 상태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센서는 정답을 알려주는 장비라기보다 제가 놓치고 지나갈 수 있는 변화를 기록해 주는 보조 수단에 더 가깝다고 느낍니다.
지난겨울 동안 쌓인 그래프를 다시 들여다보면 그날그날의 날씨와 제가 봉장을 돌아보던 기억도 함께 떠오릅니다. 아직 데이터를 완벽하게 해석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록이 한 해 더 쌓이면 지난해에는 보이지 않았던 패턴 하나쯤은 새롭게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