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 삼총사 흥행 실패 이유와 디즈니 2D 마지막 작품 재평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솔직히 가볍게 봤다. 엄마랑 딸이 몸 바뀌는 판타지 코미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끝나고 나서 한참 멍하니 있었다. 웃기는 장면이 많았는데 남은 감정은 웃음이 아니었다. 조디 포스터와 바바라 해리스가 연기한 모녀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부터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화는 13일 금요일 아침, 엘렌과 딸 애너벨이 각자 다른 공간에서 "하루만 저 사람 입장이 되어봤으면"이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진다. 설명도 없고, 마법의 이유도 없다. 그냥 바뀐다.
나는 이 아무런 설명 없는 전환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타인의 자리에 던져지는 순간은 언제나 준비 없이 찾아오니까. 팀원이 갑자기 빠지면서 그 업무를 통째로 떠안았던 날이 기억난다. 밖에서 볼 때는 단순해 보였던 일들이 막상 해보니 전혀 다른 세계였다. 관련 부서마다 다른 기준, 쌓여있는 미해결 사안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암묵적인 규칙들. 그날 하루 내내 '이 사람이 이걸 혼자 다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애너벨이 엄마의 몸으로 집안일을 시작하는 장면이 딱 그 느낌이다. 세탁기를 돌리다 비누 거품이 집을 뒤덮고, 식료품 배달 앞에서 동네 개와 실랑이를 벌이고, 남편이 갑자기 25명분 저녁 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통보한다. 관객은 웃지만 애너벨은 공황 상태다. 그리고 그 공황이 낯설지 않다. 1970년대 당시 가사 노동을 '당연한 여성의 역할'로 치부하던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 장면들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꽤 날카로운 관찰이다.
메리 로저스는 자신의 소설을 직접 각색하면서 원작에 없던 수상 스키 장면을 추가했다. 시각적인 볼거리를 더하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원작자가 직접 각색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원작의 의도가 비교적 온전히 살아있는 편이다.
한편 애너벨의 몸으로 고등학교에 간 엘렌은 전혀 다른 혼란 속에 빠진다. 사진 수업에서 필름을 통째로 망치고, 타자 수업에서 전기 타자기를 연달아 고장 낸다. 어른의 의식이 10대의 몸 안에 들어갔지만, 10대의 세계는 그 어른이 알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흥미로운 건 엘렌이 미국사 수업에서만큼은 진가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1950년대를 직접 살아낸 사람으로서 한국전쟁 관련 문제를 막힘없이 풀어낸다. 교사가 놀랄 정도의 답변이 나오는 이 장면은 꽤 재치 있다. 경험에서 나온 지식이 교과서 암기와는 다른 힘을 가진다는 걸 보여주면서도, 그게 학교생활 전체를 해결해주진 않는다는 걸 바로 다음 장면에서 보여준다. 또래 관계, 선생님과의 눈치 싸움, 학교 안의 보이지 않는 서열. 어른의 눈으로는 파악이 되는데 10대의 몸으로는 대응이 안 된다.
엘렌이 남편 사무실을 찾아갔다가 젊은 비서를 보고 질투 섞인 반응을 보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딸의 몸으로 들어간 엄마가 자기 남편의 비서를 위협하는 상황이 우습긴 한데, 그 우스움 뒤에 결혼 생활 안에 쌓인 불안과 신뢰의 문제가 슬쩍 드러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감정을 가볍게 흘려보내는지 생각했다. 말하지 않아서 쌓이고, 쌓여서 불안이 되는 것들.
조디 포스터는 이 영화를 찍을 때 열네 살이었다. 이미 <택시 드라이버>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직후였는데, 전혀 다른 결의 코미디 영화에서도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았다. 특히 필드하키 장면은 스턴트 없이 직접 소화했다고 알려져 있다. 어린 나이였지만 배역에 완전히 몰입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이 화면 밖으로 느껴진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두 장면이 동시에 진행된다. 애너벨은 예기치 않게 운전대를 잡고 경찰 추격을 받고, 엘렌은 수상 스키 대회에 나가야 하는 상황에 떨어진다. 두 사람 모두 준비되지 않은 채로 상대방의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엘렌의 엉망진창 수상 스키가 오히려 관객들을 폭소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남편의 사업 계약을 성사시킨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해내려 했다면 오히려 평범했을 장면이, 통제 불가능한 실수들 덕분에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장면을 보면서 완벽함에 대한 강박보다 솔직한 모습이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
동생 벤이 누나 애너벨에게 사실은 존경해서 일부러 지저분하게 굴었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관심의 표현 방식이 전혀 반대 방향으로 튀어나왔던 것이다. 평소 내가 가까운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이 얼마나 많이 오해를 만드는지.
영화는 두 사람이 다시 원래 몸으로 돌아오며 끝나는데, 결말이 깔끔하게 봉합되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화해는 했지만 일상은 여전히 복잡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와 남동생이 "우리도 한번 바꿔볼까"라고 말하자 엘렌과 애너벨이 동시에 긴장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이 경험이 두 사람에게 진짜로 남았다는 걸 보여준다.
이 영화는 1977년 1월 개봉 당시 500만 달러 예산으로 약 2,59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이후 이 영화는 몸 바꾸기 장르의 원형으로 자리잡으며 2003년 린지 로한 주연의 리메이크작으로 이어졌다. 원작이 리메이크의 기준이 될 만큼 오래 기억되는 건,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시대를 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프리키 프라이데이>"는 웃긴 영화다. 그런데 그 웃음이 마냥 가볍지 않다. 서로의 자리에 던져진 두 사람이 상대방의 삶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과정이, 어쩐지 지금 이 시대에도 필요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빈티지한 화면과 소박한 특수효과가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 영화, 오랫동안 보지 않았다면 지금 다시 꺼내볼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