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 삼총사 흥행 실패 이유와 디즈니 2D 마지막 작품 재평가
처음 <토이 스토리>를 봤을 때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그때는 그냥 장난감들이 말하고 움직이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어느 날 우연히 다시 보게 됐는데, 영화 내내 심장이 쿵쾅거렸다. 우디의 감정이, 내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던 이 작품이 어른의 눈으로 보니 완전히 다른 영화였다.
1995년 개봉한 <토이 스토리>는 영화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세계 최초의 풀 CG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이전까지 CG 기술은 《터미네이터 2》나 《쥬라기 공원》처럼 실사 영화의 일부 장면에만 쓰이던 방식이었다. 픽사는 그 기술을 영화 전체에 적용하면서 애니메이션 산업 자체를 뒤바꿔버렸다.
그런데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는 걸 알면 더 놀랍다. 당시 픽사는 파산 직전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10년에 걸쳐 자금을 댔고, 존 라세터 감독이 거의 집념 하나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디즈니는 초기부터 뮤지컬 장면을 넣자고 요구했지만 픽사 제작진은 이를 거부했다. 대신 랜디 뉴먼의 'You've Got a Friend in Me'라는 주제곡 한 곡을 선택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정말 탁월한 결단이었다. 전통적인 디즈니식 뮤지컬 넘버를 따라갔다면 <토이 스토리>만의 독특한 온기와 정체성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제작 과정에서 원래 우디는 지금과 전혀 다른 캐릭터였다. 거만하고 냉소적이며 악역에 가까운 비호감 캐릭터로 설계됐다가, 디즈니의 제프리 카첸버그가 계속 수정을 요구하면서 결국 스토리 전체를 뜯어고쳤다. 지금의 우디가 존재하는 건 그 고통스러운 수정 작업 덕분이다. 또한 제작진은 장난감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신발 바닥에 판넬을 붙이고 걸어 다니며 동작을 연구했다고 한다.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면 질감이나 표정이 다소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혁명이었다.
결과는 어땠냐면,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 북미 박스오피스 1위, 1억 9,200만 달러 수익, 애니메이션 최초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 2005년부터는 미국 의회도서관 국립영화등기부에 영구 보존 영화로 선정됐다. 한국에서도 멀티플렉스 체제가 아니던 시절에 45만 명을 동원했다. 장난감 회사들은 흥행을 믿지 않아 우디와 버즈 완구를 6만 개만 생산했다가 개봉 직후 재고가 동나는 사태를 겪었다는 후일담도 있다.
이 영화를 어른이 된 후 다시 보면서 가장 먼저 충격받은 건 우디였다. 우디는 앤디의 방에서 오랫동안 1인자였다. 하지만 최첨단 우주 전사 버즈 라이트이어가 등장하자 하루아침에 모든 게 흔들린다. 여기서 우디의 질투는 단순한 자리 경쟁이 아니다. 앤디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 자신의 존재 가치 자체가 사라진다는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 공포를 알았다. 사회생활 초반, 성실함으로 어느 정도 인정을 받던 시기에 경력직 신입이 들어왔다. 그는 내가 몇 시간씩 하던 작업을 엑셀 매크로 하나로 반 토막 냈고, 회의 때마다 논리적인 제안으로 팀장의 감탄을 받았다. 나는 우디처럼 그를 은근히 견제했고, 실수하길 바라는 비겁한 마음을 품었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그 장면들이 자꾸 내 기억과 겹쳤다.
버즈 라이트이어는 또 다른 종류의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이 진짜 우주 전사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다 팔에 찍힌 'Made in China' 스탬프를 발견하고 무너진다. 계단에서 떨어지며 "이건 비행이 아니라 추락이야"라고 절규하는 장면은 아이들을 위한 영화에 이런 장면이 있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묵직하다. 자신이 믿어온 정체성이 한순간에 붕괴되는 경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본 감각이다.
두 캐릭터가 함께 시드의 집에 갇히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성장 서사로 들어간다. 시드의 방에 등장하는 기괴하게 개조된 장난감들은 고전 공포 영화 《프릭스》와 《샤이닝》의 오마주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실제로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는 후문이 있을 만큼 그 공간의 연출은 섬뜩하다. 제작진이 직접 장난감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며 실험했다는 건 덤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버즈는 우디에게 말한다. "이건 추락이 아니라 스타일리시한 낙하(Falling with style)야." 폭죽에 매달려 앤디의 차로 날아가는 두 장난감의 모습은 그 자체로 완벽한 결말이다. 완벽한 영웅이 아니어도, 불완전한 방식으로도, 함께라면 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가 그 한 문장에 담겨 있다.
나도 결국 그 경력직 동료와 함께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처음엔 두려웠다. 내 부족함이 비교당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함께 일해보니 그는 내 실무 노하우를 누구보다 존중했고, "이런 방식은 몰랐는데, 정말 효율적이네요"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건넸다. 그의 기술력과 내 경험이 합쳐졌을 때 나온 결과물은 혼자였을 때보다 훨씬 컸다. 우디가 버즈를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받아들이던 그 순간이, 내 안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토이 스토리>가 30년이 지나도 계속 이야기되는 이유는 기술 혁명 때문만이 아니다. 질투, 불안, 경쟁,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협력과 성장이라는 감정이 시대와 나이를 초월해 유효하기 때문이다. 앤디의 발바닥에 적힌 우디의 이름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작고 소중한 존재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관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건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라는 걸, 이 영화는 장난감의 입을 빌려 30년째 말하고 있다.
픽사는 이후 시리즈를 3편, 4편까지 이어갔지만 많은 팬들이 1편의 순수함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화려한 스펙의 누군가가 옆에 나타나도 더 이상 두렵지 않은 건, 그들이 내 이야기를 함께 써나갈 동료라는 걸 이 영화가 먼저 가르쳐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