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 삼총사 흥행 실패 이유와 디즈니 2D 마지막 작품 재평가
몇 년 전 시골 마을 축제에서 동생과 함께 장애물 경주에 나간 적이 있다. 우리는 성격이 정반대라 경기 내내 티격태격했는데, 경기 중반에 동생이 넘어졌을 때 나도 모르게 발을 멈추고 달려갔다. 그날 우리는 공동 결승을 했고, 심사위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1978년 디즈니 영화 "<뜨거운 납과 차가운 발>"을 뒤늦게 보다가 그 기억이 갑자기 튀어 올랐다. 총잡이 형제의 경쟁과 화해를 그린 이 영화가, 그날 축제 경주와 이상하게 많이 닮아 있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짐 데일의 1인 3 역이다. 그는 부유한 사업가 재스퍼 블러드샤이, 그의 두 아들인 총잡이 빌리와 구세군 선교사 엘리를 모두 혼자 연기한다. 세 캐릭터가 동시에 화면에 등장하는 장면도 있는데, 당시 기술로 이걸 구현하는 건 꽤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짐 데일은 영국 출신 배우로, 당시 디즈니가 적극적으로 기용하던 코미디 연기자였다. 그가 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목소리와 걸음걸이라고 알려져 있다. 재스퍼는 위엄 있는 노인의 느릿한 걸음, 빌리는 언제든 총을 뽑을 것 같은 긴장된 자세, 엘리는 온화하고 살짝 어설픈 움직임. 세 인물이 같은 배우라는 걸 알면서 봐도 헷갈릴 정도로 각각의 질감이 다르다.
영화의 설정 자체도 흥미롭다. 재스퍼가 자신의 죽음을 위장하고 두 아들에게 재산을 두고 경쟁을 시킨다. 한쪽은 총잡이, 한쪽은 선교사. 이보다 더 극단적인 대비를 만들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실제로 이 설정이 영화 내내 잘 작동한다. 두 사람이 처음 마을에서 마주치는 장면의 긴장감이 꽤 살아있다. 빌리는 엘리를 처음부터 무시하고, 엘리는 당황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성격이 정반대인 사람이 같은 목표를 두고 경쟁하는 구도는 단순해 보이지만, 두 캐릭터의 내면이 조금씩 드러날수록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촬영은 오리건 주 데슈츠 국유림에서 진행됐다. 광활한 숲과 협곡이 배경으로 깔리면서 서부극 특유의 개방감이 살아났다. 스튜디오 세트가 아니라 실제 자연을 배경으로 쓴 덕분에 화면의 설득력이 높다. 1970년대 후반 디즈니가 가족 실사 영화에 힘을 쏟던 시기의 작품 중에서도 야외 촬영의 완성도가 눈에 띄는 편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블러디 블러드샤이 트레일'이라 불리는 장애물 경주다. 기차 조작, 급류 노 젓기, 협곡 건너기까지 다양한 미션이 이어지는 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부분이다. 보는 내내 숨을 참게 되는 건 경주 자체의 박진감도 있지만, 그 안에서 두 형제의 감정이 조금씩 변해가는 걸 보는 재미가 크다.
동생과 함께했던 그 마을 축제 경주가 자꾸 겹쳐 보였다. 우리도 출발선에서는 서로 이기려고만 했다. 동생은 무조건 빠르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고, 나는 각 구간마다 전략을 따지는 편이었다. 경기 내내 방식이 달라서 말도 안 맞고 자꾸 부딪혔는데, 동생이 한 구간에서 크게 넘어진 순간 그 계산이 다 사라졌다. 그냥 먼저 달려가게 됐다. 영화 속 엘리가 빌리를 위기에서 구하는 장면이 그 순간이랑 너무 비슷해서 혼자 조용히 웃었다.
시장 래그스데일이 두 형제를 동시에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전개는 이 영화에서 외부의 위협이 어떻게 두 사람을 하나로 묶는지를 보여주는 장치다. 대런 맥개빈이 연기한 래그스데일은 전형적인 탐욕스러운 악당이지만, 그가 위협적일수록 빌리와 엘리가 서로에게 기대는 속도가 빨라진다. 위기가 관계를 바꾼다는 건 현실에서도 자주 경험하는 일이다. 평소엔 티격태격하다가도 진짜 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옆으로 붙는 것. 형제라는 관계가 딱 그렇다.
보안관 덴버 키드 역의 돈 노츠와 방울뱀 역의 잭 일람이 영화 내내 펼치는 대치 코미디도 빼놓을 수 없다. 며칠 동안 마을 곳곳에서 총을 겨누다가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반복 개그는, 메인 플롯의 긴장감을 적절히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두 사람의 호흡이 좋아서 이 장면들이 지루하지 않다.
1978년은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의 침체기를 겪으면서 실사 가족 영화에 적극 투자하던 시기였다. <뜨거운 납과 차가운 발>은 그 흐름 위에 있는 작품이다. 총과 악당이 등장하는 서부극 형식을 가져오되, 폭력성은 걷어내고 코미디와 가족 드라마로 채웠다. 진지한 서부극 팬에게는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선택이지만, 디즈니가 의도한 방향은 처음부터 달랐다.
음악도 그 방향을 잘 보여준다. 버디 베이커가 작곡한 'May the Best Man Win'과 'Something Good Is Bound to Happen'은 제목부터 영화의 결말을 암시하는 것 같다. 경쾌하고 밝은 멜로디가 서부극의 먼지 낀 풍경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1970년대 디즈니 실사 영화들은 뮤지컬적 요소를 꽤 중요하게 다뤘는데, 이 영화의 OST도 그 특징이 잘 살아있다. 지금 들어도 촌스럽다기보다 복고스러운 따뜻함이 느껴진다.
결말에서 두 형제가 상속받은 재산으로 마을에 학교와 교회를 짓기로 결정하는 장면은 뻔하다면 뻔하다. 하지만 그 뻔함이 불편하지 않은 건, 두 캐릭터가 거기까지 오는 과정이 납득이 가기 때문이다. 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거칠기만 한 캐릭터였다면 이 결말이 작위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경주를 함께 완주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조금씩 서로를 받아들이는 흐름이 있었기에, 마지막 선택이 설득력을 가진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흥행면에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후 VHS와 DVD로 꾸준히 재발매되면서 가족 영화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 보면 특수효과나 연출이 시대의 한계를 드러내는 부분도 있지만, 그게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잔뜩 힘을 준 영화가 아니라, 그냥 같이 봐도 되는 영화. 그게 이 영화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 중 하나 아닐까.
조카들과 함께 이 영화를 봤을 때, 경주 장면이 끝나고 나서 큰 조카가 작은 조카 손을 잡고 있는 걸 봤다. 아무 말 없이 그냥 잡고 있었다. 그 장면이 영화의 어떤 대사보다 오래 남는다.
"<뜨거운 납과 차가운 발>"은 완성도 높은 서부극을 기대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하지만 형제 사이의 경쟁과 화해, 그리고 결국 같은 편이 된다는 이야기로 보면 지금도 충분히 따뜻하다. 오래된 디즈니 실사 영화 한 편을 조용한 저녁에 틀어놓고 싶다면, 이 영화는 꽤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