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벌 설통 명당 조건과 도거 방지 밀랍 유인제 제조법
오늘은 제 양봉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정신없고 땀을 쥐게 했던 역대급 하루였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어느 정도 분봉 기운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벌들이 몰아칠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기록을 되짚어보면 지난 4월 15일에 대망의 1차 분봉을 받아 안정적으로 안치했고, 열흘 뒤인 4월 26일에 2차 분봉이 나와 겨우 한숨을 돌린 상황이었습니다. "한 통에서 이만큼 나왔으니 설마 또 나오겠어?" 하며 방심하고 있던 오늘 4월 30일,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윙윙거리는 굉음과 함께 또 한 번 벌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벌써 한 통에서만 세 번째 분봉인 '3차 분봉'이 터진 것입니다.
세력이 분산되어 약할 법도 한데,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으며 무서운 기세로 높이 뜨는 벌떼를 보는 순간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하더군요. 마당에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여왕벌의 페로몬 향을 묻힌 유인봉상을 두 개나 눈에 잘 띄는 곳에 준비해 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영리하고 성깔 있는 이 녀석들은 유인봉상은 거들떠보지도 않더군요. 그러더니 저 멀리 밭가에 서 있는 거대한 아카시아나무와 느티나무의 가장 높은 가지 끝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자리를 잡으려 비행했습니다.
양봉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벌들이 사람 키를 훌쩍 넘어 몇 미터 높이의 높은 나무 꼭대기에 자리를 잡아버리면 그때부터는 '받기(수용)'가 정말 힘들어집니다. 사다리를 타기에도 경사가 가파르고, 자칫 나뭇가지를 잘못 건드리면 벌 뭉치(분봉군)가 공중으로 산산이 흩어져 그대로 산 너머로 도망쳐버리기 때문입니다.
잠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창고로 뛰어가 진작에 사두고 "내가 이걸 쓸 일이 있겠어?"라며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5미터짜리 고공 잠자리채(포충망) 장대를 들고 벌떼를 향해 전력 질주했습니다. 오늘 저는 이 아찔한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구르고 땀을 흘리며 초보 양봉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고 좌절할 이 위기를 완벽하게 극복했습니다. 제가 직접 터득한 '높은 나무 위 분봉군을 절대 도망가지 않게 수용하는 법'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공유해 보겠습니다.
벌들이 아카시아나무 꼭대기, 가느다란 가지 끝에 시커먼 축구공만 하게 뭉쳐서 붙어버렸을 때의 그 막막함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릅니다. 바람이라도 살짝 불면 가지가 출렁이고, 제 마음도 함께 요동치죠. 장대를 최대한 길게 늘여 팔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참아가며, 벌 뭉치의 중심을 향해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툭 치듯 훑어 내렸는데, 워낙 세력이 좋고 뭉치가 커서 한 번에 다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여기서 첫 번째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무리하게 한 번에 다 담으려고 욕심을 내면 장대 무게를 이기지 못해 쏟아지거나 벌들이 자극을 받아 공격적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저는 신속하게 첫 번째 큰 무리를 준비해 간 파란색 대형 양파망에 훑어 담아 입구를 조였습니다. 그리고 공중에 붕 떠서 웅성거리는 남은 녀석들을 향해 다시 장대를 뻗어 두 번째 빨간색 양파망에 나누어 받았습니다. 한 통에서 나온 분봉군인데도 워낙 건강하고 마릿수가 많아, 커다란 양파망 두 개가 묵직하게 꽉 찰 정도였습니다.
보통 초보 양봉가 시절에는 마음이 급하고 손이 떨려서, 이렇게 양파망에 벌을 담아 오면 새로 준비한 벌통 앞에다가 냅다 털어버리곤 합니다. "제발 들어가라, 들어가!"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망을 탁탁 털어 넣죠. 저 역시 2~3년 전 처음 분봉을 받을 때는 무서운 마음에 무조건 털어 넣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건 벌을 쫓아내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은 벌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를 느끼며, 새로 준비한 환경에 안정을 찾지 못하고 주변 엉뚱한 풀숲이나 벽면으로 흩어져 버립니다. 심지어 가장 끔찍한 상황인, 힘들게 받아놓은 벌들이 다음 날 아침 흔적도 없이 통을 비우고 날아가 버리는 '도거(집 나가기)'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오늘 제가 현장에서 쓴 방법은 완전히 다릅니다. 양파망 입구를 느슨하게 조여서 그늘에 5분 정도 두어 녀석들이 스스로 진정할 시간을 줍니다. 그 후 벌들의 본능 중 하나인 '위로 기어 올라가는 습성'을 철저하게 이용하는 것입니다. 무작정 충격을 주어 털어 넣는 게 아니라, 벌통의 밑판을 열거나 위쪽 뚜껑을 활용해 양파망 입구를 대어주면, 녀석들이 스스로 발을 맞춰 "아, 여기가 우리의 새로운 안식처구나" 하고 안전하게 기어 올라가게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입니다.
높은 나무 위에서 장대로 벌을 훑을 때 손끝으로 전해지는 그 묵직한 손맛과 긴장감은 여전히 온몸의 도파민을 자극하지만, 진짜 실력은 벌을 망에 담은 이후 어떻게 스트레스 없이 통으로 모시느냐에서 갈린다는 것을 오늘 다시 한번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분봉을 완벽하게 받아내어 새 벌통에 임시로 넣었다 하더라도 방심은 금물입니다. 벌들이 이 새 집을 마음에 들어 해서 그대로 정착하느냐, 아니면 다음 날 새벽에 미련 없이 싹 짐을 싸서 도망가느냐는 정말 한 끗 차이로 결정됩니다. 많은 양봉 서적이나 인터넷 카페를 보면 도거를 막기 위해 벌통 내부에 굴피나무 껍질을 붙이거나, 밀랍을 녹여 바르고, 설탕물이나 꿀을 진하게 발라 유인하라고 조언합니다.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제가 지난 몇 년간 수십 번의 분봉을 직접 받고 실패하며 몸으로 체득한 '나만의 핵심 비법'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애벌레 집(소충이 없는 깨끗한 유충판)'을 미리 벌통 내부에 이식해 주는 것입니다.
벌이라는 생명체의 생태를 깊이 이해하면 이 방법이 왜 강력한지 알 수 있습니다. 벌들은 아주 강한 모성본능과 종족 보존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는 환경일지라도, 그 안에 당장 자신들이 돌보고 키워야 할 '새끼(애벌레)'가 존재한다면 절대로 그 집을 버리고 도망가지 않습니다. 새끼를 두고 떠날 수 없는 부모의 마음과 똑같은 것이죠.
이 기술을 적용할 때는 몇 가지 주의할 점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오늘 세 번째로 터져 나와 극도로 흥분해 있던 이 거대한 3차 분봉군 녀석들도, 미리 설치해 둔 애벌레 집 덕분에 아주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었습니다. 양파망 입구를 사각 벌통 천장 쪽 고정된 애벌레 집 근처에 대고 슬쩍 풀어주자, 내부에서 풍기는 은은한 애벌레 냄새와 페로몬을 맡은 일벌들이 동요를 멈추었습니다. 그러더니 이내 일렬로 줄을 지어 위로 위로 걸어 올라가 뭉치기 시작하더군요.
양봉 초보자분들이 분봉 철에 가장 밤잠을 설치며 무서워하는 게 "낮에 애써 고생해서 받은 벌이 내일 아침에 출근해 보면 한 마리도 없이 텅 비어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도거에 대한 걱정일 것입니다. 단언컨대, 이 깨끗한 애벌레 집 하나를 천장에 붙여주는 것만으로 그 모든 불안감을 완벽하게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책에 나오는 이론이 아니라, 제가 숱한 도거를 겪으며 벌통을 날려 먹은 끝에 발견한 '제로(0)에 가까운 도거 방지법'입니다.
전통적인 양봉 방식을 보면 분봉군을 양파망이나 포충망에 받으면 통풍이 잘되고 서늘한 지하실이나 그늘에 몇 시간 동안 가두어 '안정(휴식기)'을 취하게 한 뒤, 사방이 어두워진 밤이나 이른 새벽에 벌통에 입식하라고 가르칩니다. 급격한 환경 변화로 흥분한 벌들을 진정시키기 위한 아날로그적인 방법이죠.
하지만 저는 오늘 이 정석적인 휴식 단계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벌을 받자마자 봉장의 제자리에 바로 안치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과감하게 현장 맞춤형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한 믿는 구석이 두 가지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앞서 말씀드린 '애벌레 집'이 이미 벌통 내부 중심에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 벌들이 도망가지 않고 집결할 거라는 확실한 계산이 서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제 봉장에서 이번에 벌통을 놓을 자리가 하루 종일 해가 들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는 최고의 '그늘진 명당'이었기 때문입니다. 외부 온도가 높지 않고 내부 유인책이 확실하다면, 굳이 벌들을 망 속에 오래 가두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여기서 초보자분들이 꼭 기억하셔야 할 현장 팁을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벌들을 벌통 내부로 유인해 올리고 나면, 미처 다 들어가지 못하고 벌통 바깥쪽 테두리나 밑판 주변에 시커멓게 붙어서 웅성거리는 잔여 벌들이 반드시 생깁니다. 이때 이 녀석들을 빗자루로 쓸어 넣거나 손으로 억지로 밀어 넣으려고 하면 벌들이 쏘아 붙거나 다시 날아오릅니다.
이때는 벌통 밑바닥 한쪽에 주변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나 나뭇가지 하나를 살짝 괴어주어 1~2cm 정도의 작은 틈새를 만들어 주면 됩니다. 그러면 어떤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지 아십니까?
벌통 내부의 애벌레 냄새를 확인한 선두 그룹 일벌들이 일제히 그 틈새로 나와 엉덩이를 하늘 높이 치켜듭니다. 그리고 격렬하게 날개짓을 하기 시작하죠. 양봉 용어로 이를 '선풍 행동'이라고 하며, 일종의 '나침반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엉덩이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페로몬 향기를 뿜어내며 공중에 대고 "얘들아! 멀리 가지 마! 여기가 진짜 우리 새집이야! 모두 이 안으로 들어와!"라고 격렬하게 동료들을 불러 모으는 신호입니다.
이 신호가 시작되면 바깥에 흩어져 있던 수천 마리의 벌이 신기하게도 자석에 이끌리듯 그 틈새를 통해 줄을 지어 군대처럼 안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저는 오늘 녀석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 아예 밑판을 과감하게 빼서 내부 공기가 완벽하게 통하도록 통기성을 극대화해 준 후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사각 벌통(대박 벌통)은 자연 친화적이고 관리가 편해 취미 양봉가들이 선호하지만, 태생적으로 내부 공간 조절이 어려워 초기 도거 확률이 높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벌들의 상승 습성을 이용해 위쪽으로 자연스럽게 유인해 올리고, 확실한 모성애(애벌레 집)로 묶어둔 뒤, 돌멩이 하나로 소통의 창구를 열어주면 그 어떤 비싼 개량식 장비보다 확실하고 건강하게 사각 벌통에서 벌을 키워낼 수 있습니다.
오늘 갑작스럽게 터진 3차 분봉까지 잔머리를 굴려 가며 무사히 받고 나니, 온몸은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범벅이 되었고 팔다리가 쑤셔옵니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뿌듯하고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이번 시즌에만 벌써 11통의 분봉군을 성공적으로 받아내어, 하나는 산속 개울가 명당에 멋들어지게 짜놓은 환태통(통나무 벌통)에 안치했고, 오늘 받은 녀석을 포함한 나머지는 사각 대박 벌통에 차곡차곡 안치하면서 매번 현장에서 깊이 깨닫는 점이 있습니다.
벌이라는 존재는 인간이 가진 힘이나 거친 강제성으로는 절대로 통제할 수 없는 경이로운 자연 그 자체라는 사실입니다. 억지로 밀어 넣으려고 하면 쏠 것이고, 가두려고만 하면 틈을 타 도망쳐버릴 뿐입니다. 하지만 녀석들이 가진 타고난 습성, 즉 어두운 곳에서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과 자신들이 낳은 새끼를 목숨 걸고 보호하려는 숭고한 본능을 인간이 살짝 이해하고 이용해 줄 때, 벌들은 비로소 마음을 열고 우리 봉장에 기꺼이 머물러 줍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린 고공 잠자리채와 양파망을 활용한 추격 기술이나, 다른 통에서 유충판을 떼어오는 애벌레 집 이식법은 사실 대단하고 거창한 최첨단 기술이 아닙니다. 다만 "벌들이 지금 높은 나무 위에서 무엇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을까?", "어떻게 해야 새 벌통을 안전하다고 느낄까?"를 현장에서 끊임없이 지켜보고 실패하며 얻어낸 벌을 향한 작은 '배려와 이해'의 결과물들입니다.
이제 막 양봉에 입문하신 초보 양봉가분들은 봄철에 하늘을 까맣게 뒤덮으며 윙윙거리는 분봉군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벌통 앞에 벌을 털어 넣을 때 무서움과 긴장감에 손이 덜덜 떨릴 것입니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제가 잘 압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딱 두 가지만 마음속으로 기억해 보세요.
1. "벌을 절대 털지 말고, 위로 스스로 기어 올라가게 길을 열어주기"
2. "깨끗한 애벌레 집 한 조각으로 벌들에게 확실한 책임감과 안정감 심어주기"
이 두 가지 원칙만 확실하게 몸에 익히신다면, 높은 나무 꼭대기에 붙은 벌떼 앞에서도 더 이상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벌을 모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자연의 원칙이 여러분의 소중한 봉장을 더욱 풍성하고 꿀향기 가득하게 만들어 줄 거라 확신합니다.
내일 아침, 새 집이 마음에 쏙 들어 아침 일찍부터 화분(꽃가루)을 다리에 노랗게 묻히고 활기차게 소문을 드나들 녀석들의 모습을 기대하며, 치열했던 오늘의 양봉 작업 일지를 기분 좋게 마무리합니다. 전국의 모든 취미 양봉가, 전업 양봉가분들 모두 안전하고 즐거운 양봉되시기 바랍니다!
다음 글에서는 비 오는 날에도 양봉가들은 쉬지 않고 벌통 뚜껑에 밀랍을 입히며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밀랍이 벌을 부르는 진짜 비결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