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채취기가 막은 분봉열! 계상 벌통 숨은 왕대 찾기와 예방 노하우
안녕하세요. 초보 양봉인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기록하는 블로그입니다. 이장님 전화를 급하게 받고, 동네 대로변 가로수에서 윙윙거리며 뭉쳐 있던 토종벌(재래꿀벌) 무리를 극적으로 구조해 왔던 경험담입니다. 집에 있던 베트남 모자(논라)까지 급하게 동원해서 벌 한 마리라도 다칠세라 정성껏 모셔 왔는데, 역시 생명을 다루는 양봉이라는 분야는 제 마음처럼 쉽게 흘러가 주지 않네요.
오늘은 그 고생 끝에 데려온 토종벌 녀석들에게 새집을 지어주고, 온전히 안착시키기 위해 며칠 동안 밤낮으로 고군분투했던 긴박한 기록을 생생하게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현장의 숨 막히는 긴장감은 물론, 제가 초보자로서 겪은 뼈아픈 실수와 경험을 여과 없이 그대로 담았으니, 이제 막 양봉에 입문하셨거나 토종벌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초보 양봉인 분들은 저처럼 소중한 벌들을 잃는 실수를 하지 마시고 꼭 끝까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장님 동네 가로수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던 벌들을 무사히 수거해 왔으니, 이제 이 녀석들이 정착해서 살아갈 안락한 집을 새로 지어줘야 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첫 번째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제가 보유하고 있는 자재와 소초(벌집의 기초가 되는 판)가 전부 '양봉(서양종 꿀벌)'용 규격이었던 것입니다.
많은 분이 잘 모르시지만, 우리 고유의 토종벌과 서양에서 들어온 양봉벌은 몸집 크기뿐만 아니라 집을 짓는 방(소방)의 크기와 규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토종벌에게 양봉용 소초를 그대로 넣어주면, 규격이 맞지 않아 집을 제대로 짓지 못하거나 정착을 거부하고 통째로 도망(도거) 가버리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그대로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죠.
고민 끝에 숙련된 양봉 선배이신 사촌 형님께 긴급하게 SOS 전화를 걸었습니다. 형님께서는 "소초에 미리 찍혀 있는 서양벌용 기초공사 부분을 칼이나 도구로 다 긁어내거나 터트려 버려라"라는 명쾌한 해결책을 주셨습니다. 소초의 인공적인 규격을 없애버려서, 토종벌들이 스스로의 신체 구조에 맞게 자기들만의 순수한 자연 밀랍 벌집을 지어 나갈 수 있도록 자유 환경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서양식 아파트 골조를 허물고 토종벌 맞춤형 단독주택 부지로 화끈하게 개조한 셈입니다.
개조된 소초를 벌통에 넣은 후, 가장 먼저 핵심인 '여왕벌'을 찾아내어 왕롱(여왕벌을 안전하게 가두어두는 작은 감옥 모양의 철망 상자)에 분리해 넣어두었습니다. 봉산에 새로 들인 벌들이 완전히 진정되고 새집을 자신들의 안식처로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반드시 여왕벌을 며칠간 가두어 두어야 합니다. 일벌들은 여왕벌을 두고 절대 혼자 도망가지 않는 회귀 본능이 있기 때문에, 이 왕롱 작업이야말로 초기 안착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기술입니다.
며칠 동안 벌통 입구(소문) 쪽으로 일벌들이 바쁘게 왔다 갔다 하며 환기 작업(선풍 작업)을 하고, 안정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그래, 이제 힘든 고비는 넘겼고 우리 집 마당에 잘 적응하겠구나!" 하는 깊은 희망을 품었습니다. 토종벌이 서양벌보다 야생성이 강하고 똑똑한 느낌이 있어서, 금방 이 새집에 깊은 애착을 가질 줄 알았죠. 마침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에는 마당에 둔 벌통이 걱정돼서, 한밤중에 나가 신발장 기둥 쪽에 벌통을 단단히 묶어두고 새벽 내내 잠을 설칠 정도로 제 온갖 정성을 다 바쳤습니다.
시간이 흘러 구조한 지 일주일쯤 지났을까요? 출근길에 벌통 앞을 유심히 살펴보는데, 일벌 몇 마리가 다리에 노랗고 둥근 화분(꽃가루 뭉치)을 무겁게 묻힌 채 소문으로 쏙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양봉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장면을 볼 때 소름 돋는 희열을 느끼실 겁니다. 벌들이 외부에서 화분을 반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벌통 내부에 먹여 살려야 할 '애벌레(유충)'가 생겼다는 뜻이며, 이는 곧 가두어두었던 여왕벌이 왕롱에서 풀려나거나 자리를 잡고 정상적인 산란을 시작했다는 가장 확실하고 기분 좋은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아, 드디어 이 녀석들이 내 정성을 알아주고 완전히 자리를 잡았구나!" 확신하며 터져 나오는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곧바로 내검(벌통 내부 검사)을 위해 뚜껑을 열었습니다. 서양벌 소초를 터트려 준 자리에 제법 하얗고 예쁘게 집도 달아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비를 들어 올려 산란 상태를 확인한 순간, 제 머릿속은 찌릿하며 하얗게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산란된 알과 봉해진 번데기 방의 상태가 일반적인 모습과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여왕벌의 산란은 소비 표면에 평평하고 고르게, 마치 거울처럼 매끄럽고 예쁘게 밀봉(봉개)이 됩니다. 하지만 제 벌통 속 모습은 마치 도깨비방망이처럼 거칠고 울퉁불퉁하게 툭툭 솟아오른 흉측한 형태를 띠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양봉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최악의 파국, '동봉산란(일벌산란)'이었습니다.
동봉산란은 벌통 내부에서 여왕벌이 완전히 사라졌거나(무왕군), 혹은 여왕벌이 있더라도 심각한 부상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산란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을 때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입니다. 여왕벌의 페로몬이 끊기며 벌통의 존립이 위태로워지자, 다급해진 '일벌'의 생식기관이 자극을 받아 스스로 알을 낳기 시작하는 공동체 붕괴의 전조 증상입니다.
일벌은 교미를 하지 못한 개체이기 때문에 오직 '무정란'만 낳을 수 있습니다. 무정란에서 태어나는 벌은 일을 하지 않고 먹기만 하면서 정자만 생산하는 '수벌(동봉)'뿐입니다. 즉, 일벌이 백날 알을 낳아봤자 일꾼은 태어나지 않고 식충이 수벌만 가득해지므로, 이 상태를 방치하면 벌통은 한 달도 안 되어 일벌들이 늙어 죽으며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망가지고 전멸하게 됩니다.
가슴을 진정시키고 왜 이런 비극이 찾아왔는지 원인을 철저하게 복기해 보았습니다. 분석해 본 결과, 치명적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되었습니다.
이미 여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였고, 남은 일벌들은 "우리가 여왕이다!"라며 통제력을 잃은 채 여기저기 구멍에 알을 대여섯 개씩 마구잡이로 쑤셔 넣는 헛발질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일벌산란이 시작된 벌통은 시간이 지체될수록 다른 여왕벌을 받아들이지 않는 완고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저는 눈물을 머금고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가로수에서 구해온 불쌍한 녀석들이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었습니다. 양봉인으로서 뭐라도 조치를 취해야 했기에, 저는 최후의 수단으로 '합봉(서로 다른 벌통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결정했습니다.
원래는 이웃한 다른 건강한 토종벌통에 세력을 합쳐주는 것이 정석입니다. 하지만 이미 동봉산란(일벌산란)이 일정 기간 진행된 일벌들은 스스로가 산란을 하며 우두머리 행세를 해왔기 때문에, 자존심과 공격성이 극도로 강해져 있습니다. 이 상태의 토종벌 무리에 새로운 토종 여왕벌을 유입하거나 다른 토종벌통에 붙이면, 유입된 여왕을 갉아 죽이거나 격렬한 패싸움을 벌여 두 통 모두 망가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담하고 도박적인 우회로를 택했습니다. 성격이 상대적으로 좀 더 유연하고 온순하며, 현재 세력이 아주 강해서 웬만한 자극은 포용할 수 있는 '서양벌(양봉) 벌통'에 이 토종벌들을 합쳐보기로 한 것입니다. 때마침 "토종벌과 서양벌을 한 통에 같이 기르면, 토종벌 특유의 영리함으로 서양벌 몸에 붙은 치명적인 응애(진드기)를 털어주고 잡아주어 공생이 가능하다"라는 양봉 업계의 흥미로운 가설도 검증해보고 싶었습니다.
합봉의 가장 큰 장벽은 서로 다른 벌통이 가진 고유의 '냄새(페로몬)'입니다. 벌들은 냄새가 다르면 무조건 적군으로 인식하고 침입자로 간주해 침을 꽂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시 한번 사촌 형님의 구전 비법을 전수받아, 가차 없이 분무기에 "생소주"를 채워 넣었습니다. 그리고 서양벌 통의 소비와 우리 토종벌 무리 위에 사정없이 소주를 미스트처럼 분사했습니다. 알코올의 강한 향으로 두 집단의 고유한 냄새를 일시적으로 완전히 지워버려 마비시키는 원리입니다. 숨을 죽인 채 소주 향 가득한 벌통 속으로 토종벌들을 조심스럽게 털어 넣었습니다.
초기 몇 시간 동안은 소문 앞에서 양쪽 벌들이 서로 혀를 내밀며 먹이(꿀)를 다정하게 나누어 가지는 행동(트로팔락시스)을 보이길래, 손에 땀을 쥐며 "와, 대박이다! 소주 합봉이 신의 한 수였구나, 기적적으로 대성공했다!"라며 만세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소주 기운이 증발하고 알코올 향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 이튿날 새벽, 벌통 앞은 그야말로 참혹한 아비규환의 전쟁터로 변해 있었습니다. 냄새가 돌아오자 이질감을 느낀 서양벌들이 무차별적으로 토종벌들을 감싸 안고 공격하기 시작했고, 숫자는 적지만 뚝심 있는 토종벌들 역시 끝까지 굴하지 않고 고자세를 유지하며 독종처럼 맞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수많은 벌의 사체가 뒹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토종벌과 서양벌의 아름다운 동거를 꿈꿨던 저의 자생 합사 프로젝트는 완벽한 실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비록 수많은 벌의 희생을 치르고 제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번 실패는 2년 차 양봉인인 저에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강렬하고 뼈저린 교훈들을 남겨주었습니다. 제가 온몸으로 깨달은 핵심 정리를 공유하니 꼭 메모해 두시기 바랍니다.
서양벌들의 무차별적인 공격 속에서 더 이상의 무의미한 살상을 막기 위해, 저는 합봉을 즉시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소수의 불쌍한 토종벌 녀석들은 억지로 가두지 않고 마당으로 조용히 풀어주었습니다. 다행히 꿀벌들은 길을 잃으면 인근에 있는 다른 건강한 토종벌통의 소문 앞으로 가 자비를 구하며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특성이 있으므로, 남은 아이들이 그렇게라도 목숨을 건지길 바라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며칠간의 소동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점은, 토종벌 양봉이란 단순히 벌을 통에 넣고 키우는 축산업이 아니라, 꿀벌이라는 경이로운 생명체의 생태를 완벽히 이해하고 대화해야 하는 '타이밍'과 '섬세함'의 예술이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여왕벌의 상태를 단 이틀만 더 일찍,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처했더라면 합봉이나 무왕군 구제 성공률을 훨씬 높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짙은 아쉬움과 반성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비록 이번 가로수 구조벌 안착 프로젝트는 쓰라린 실패로 끝났지만, 저는 낙담하지 않습니다. '1픽셀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를 꿈꾸는 제 성격상, 이런 처절한 시행착오의 데이터 하나하나가 제 머릿속에 축적되어 저를 훗날 진짜 노련한 '양봉 장인'으로 만들어주는 값진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초보 양봉인 동지 여러분! 키우던 벌들이 도망가고, 일벌산란이 나고, 벌통이 망가지는 과정에 너무 상심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벌들이 우리 곁을 떠나거나 무너지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자연과 꿀벌에 대해 더 겸손하게 배워야 할 숙제가 남았다는 뜻입니다. 이 실패의 기록을 디딤돌 삼아 다음번에는 더 튼실하고 건강한 황금빛 벌떼를 가득 정착시켰다는 기쁜 성공 소식을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각자의 봉장에서 땀 흘리시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