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동사 사고 이후 바꾼 가을 벌통 압축법 (폐사율 25%→8%)
양봉을 시작한 지 3년째, 저는 지금도 가을만 되면 프로폴리스 채취망 앞에서 똑같은 고민을 합니다. "이번엔 불순물 없이 깔끔하게 뗄 수 있을까." 처음 채취를 시도했던 2023년 10월, 저는 채취망을 실온에 그대로 두고 손으로 뜯어내려다 밀랍과 나무 부스러기가 잔뜩 섞인 지저분한 원괴만 한 움큼 얻고 끝났습니다. 그날 저녁 순도 낮은 원괴를 그대로 주정에 넣어봤지만, 한 달 뒤 걸러낸 결과물은 색이 탁하고 침전물이 계속 가라앉는 실망스러운 결과였습니다. 그 실패 이후로 저는 채취부터 가공, 그리고 남은 부산물의 활용까지 제 나름의 방식을 하나씩 다시 만들어왔습니다. 오늘은 그 3년간의 시행착오를 숨김없이 정리해 봤습니다.
2023년 10월 첫 채취 당시 저는 계절이나 벌통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무 때나 채취망을 걷어냈습니다. 그때는 벌통을 연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봉교가 충분히 쌓이지도 않은 상태였고, 억지로 뜯어내다 보니 밀랍과 나무 부스러기까지 함께 딸려 나왔습니다. 그 경험을 겪은 뒤로는 매년 채취 시기를 정해두고 움직입니다.
시기를 정해두고 움직이기 시작한 뒤로는 채취망을 걷을 때마다 대략 어느 정도 양이 모여 있을지 예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무작정 자주 열어보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달력에 채취 예정일을 미리 표시해 두고 그 시기에 맞춰 벌통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벌통마다 봉교를 모으는 속도도 조금씩 달라서, 세력이 강한 통과 약한 통을 구분해 채취망 부착 순서를 다르게 잡는 것도 나름의 요령입니다.
실온 채취의 실패를 겪은 뒤, 2024년 채취부터는 채취망 전체를 냉동실에 넣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결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냉동 채취법을 처음 시도했을 때는 얼마나 오래 얼려야 하는지 감이 없어서 30분 만에 꺼냈다가 여전히 물러서 잘 떨어지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몇 번 시행착오를 겪으며 최소 12시간이라는 기준을 스스로 세우게 됐고, 이제는 저녁에 채취망을 냉동실에 넣어두고 다음 날 아침에 작업하는 루틴으로 정착했습니다. 겨울철에는 베란다에 잠시 두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보긴 했지만, 온도가 일정하지 않아 결과가 들쭉날쭉해서 지금은 냉동실만 이용합니다.
원괴를 확보한 뒤에는 식용 에탄올, 즉 주정에 담가 유효성분을 우려냅니다. 비율을 잘못 잡으면 숙성 후 거르는 작업이 훨씬 힘들어진다는 것을 직접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숙성 기간을 한 달보다 짧게 잡아본 적도 있는데, 3주 차에 걸러낸 팅크처는 색이 옅고 향도 약해서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두 달 가까이 두고 잊어버렸던 병은 침전물이 지나치게 많이 가라앉아 거르는 데 오히려 더 애를 먹었습니다. 그 뒤로는 정확히 한 달을 기준으로 삼고, 병에 숙성 시작일을 매직으로 적어두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여러 병을 동시에 담가두다 보면 이 표시 하나가 꽤 큰 도움이 됩니다.
완성된 팅크처는 알코올 특유의 매운맛이 강해 아이에게 원액 그대로 주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환절기마다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벌 관련 제품은 사람마다 체질 반응이 크게 다를 수 있어, 저희 집에서는 다음 절차를 예외 없이 지킵니다.
먹는 용도 외에도 저희 집 주방과 거실에서 실제로 자주 쓰는 방법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처음에는 식용 팅크처와 소독용 희석액을 같은 병에 담아뒀다가 헷갈린 적이 있어서, 지금은 라벨을 색깔로 구분해 붙여둡니다. 빨간 라벨은 먹는 용도, 파란 라벨은 청소나 소독용으로 나누고 나서부터는 가족 누구나 헷갈리지 않고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작은 습관이지만 매일 쓰는 물건일수록 이런 표시 하나가 실수를 줄여준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추출 후 병 바닥에 남는 진한 갈색 찌꺼기를 처음에는 그냥 버렸습니다. 그러다 2024년 초 이 찌꺼기로 처음 초를 만들어봤는데, 정제를 대충 한 탓에 미세한 나무 가루와 침전물이 그대로 남아 심지가 자꾸 막혀 촛불이 몇 분 만에 꺼지는 실패를 겪었습니다.
첫 실패 이후로는 정제를 마친 밀랍을 손끝으로 직접 문질러 본 뒤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매끈하게 느껴지지 않으면 아무리 번거로워도 한 번 더 걸러냅니다. 이 습관을 들이고부터는 초를 만들 때 심지가 막히는 일이 거의 없어졌고, 립밤도 훨씬 부드럽게 완성되고 있습니다.
정제를 여러 번 반복한 뒤부터는 결과물이 확연히 안정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채취 실패, 추출 비율 실패, 정제 실패까지 차례로 겪고 나서야 지금의 방식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되돌아보면 매번 대충 넘어가지 않고 실패한 원인을 하나씩 따져본 것이 결과적으로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3년 동안 프로폴리스를 다뤄보면서 느낀 건, 결국 한 번에 완벽한 방법은 없고 실패할 때마다 원인을 하나씩 바로잡아 나가는 과정 자체가 노하우로 남는다는 점입니다. 다음 채취 시즌에는 오늘 정리한 기록을 바탕으로 채취량과 결과물을 좀 더 꼼꼼히 남겨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