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도봉 사고와 2023년 봉밀 폐기, 날짜와 수치로 남긴 실패 기록
2024년 4월 8일, 아카시아가 피어야 할 시기에 벌통 무게가 하루 만에 1.2kg 줄었습니다. 이상저온과 잦은 비로 채밀은커녕 봉군이 비축 식량을 까먹기 시작한 것입니다. 3년 차 양봉인인 저는 이 위기를 겪으며 감에 의존한 관리 방식을 버리고 데이터 기록으로 전환한 과정, 그 안에서 겪은 두 번의 실패, 이후 스마트 양봉을 준비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날짜와 수치를 그대로 남겨 정리했습니다.
2024년 4월 5일부터 20일까지 평년보다 3~4도 낮은 저온과 강우가 이어지면서 아카시아 개화가 열흘 이상 늦어졌습니다. 원래대로라면 4월 10일 전후로 초밀이 들어와야 했지만, 실제 첫 밀류 유입은 4월 23일에야 확인됐습니다. 관리하던 20군 중 3군(15%)은 채밀은커녕 저장 화분을 소진하며 세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그중 1군은 여왕벌 산란 폭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저는 이 시기에 하루하루 벌통 뚜껑을 열어보며 대응했는데, 비가 잦아 내검 가능한 날이 2주 동안 4일뿐이었습니다.
저는 매년 5월 중순에 응애 방제를 하던 관행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하지만 저온으로 산란이 늦어진 탓에 봉군 내 유충 발생 시기 자체가 열흘가량 밀렸고, 방제 시점은 그대로 두면서 방제 타이밍이 실질적으로 2주 늦어진 셈이 됐습니다. 그 결과 5월 25일 점검에서 응애 감염률이 8%에서 22%까지 치솟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원인은 단순했습니다. "작년에 이맘때 했으니 올해도 되겠지"라는 감에 의존한 판단이었고, 유충 발생 주기를 실제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4월 셋째 주, 3일 뒤 맑음이라는 예보만 믿고 설탕물 급여를 하루 미뤘습니다. 그런데 예보가 빗나가 이후 나흘간 비가 이어졌고, 그사이 2군에서 여왕벌 산란이 중단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특히 그중 1군은 산란 재개까지 9일이 걸렸는데, 이는 평소 봄철 산란 공백 기간(2~3일)의 세 배가 넘는 수치였습니다. 예보를 믿고 급여를 미룬 하루가 봉군 전체 산란 주기에 영향을 준 셈입니다.
2024년 5월부터 저는 20군 전체의 무게를 매일 아침 7시에 저울로 측정하고 기온과 함께 노트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2주는 벌통마다 저울을 옮겨가며 재다 보니 하루 평균 40분이 걸렸습니다. 6월부터는 벌통 배치 순서대로 이동 동선을 정리하고, 무게 외에 특이사항은 이상이 있을 때만 메모하는 식으로 바꾸면서 25분으로 줄였습니다. 기록은 노트 대신 표 형식으로 정리해, 한 달 단위로 무게 변화 추이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했습니다.
기존에는 "부족해 보이면 준다"는 식으로 그날의 인상에 의존했지만, 실패를 겪은 뒤에는 전주 대비 무게 변화에 따른 명확한 기준을 세웠습니다. 벌통 무게가 전주 대비 0.5kg 이상 줄면 설탕물 1L, 1kg 이상 줄면 화분떡 200g을 추가하는 식입니다. 이 기준을 세운 뒤로는 벌통 앞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줄었고, 같은 상황에서 다른 판단을 내리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2024년 6월부터 8월까지 데이터 기반 관리를 적용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 12%였던 봉군 폐사율이 4%로 줄었습니다. 세력 약화로 합봉이 필요했던 벌통도 5군에서 1군으로 감소했습니다. 무엇보다 체감이 컸던 부분은 응급 대응 횟수였는데, 2023년 같은 기간에는 갑작스러운 급여나 방제로 계획에 없던 작업을 8회 진행했지만, 2024년에는 사전 기록을 바탕으로 예측 대응을 하면서 이 횟수가 3회로 줄었습니다.
수기 기록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제가 현장에 없는 날에는 데이터가 비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4년 여름 사흘간 출장을 다녀온 사이 벌통 1군의 무게가 2kg 가까이 줄었는데도 뒤늦게 알아챈 적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5년 3월부터 무게 자동 측정 센서를 시범 도입했습니다. 20군 중 5군에 먼저 설치했고, 대당 가격은 8만 원 선이었습니다. 전체 도입 시 총 160만 원이 들 것으로 계산해, 우선 효과가 큰 봉군부터 단계적으로 넓히는 중입니다. 3개월간 시범 운영해 본 결과, 센서 오차는 수기 측정 대비 평균 0.2kg 이내로 실사용에 무리가 없었고, 스마트폰 알림 덕분에 출장 중에도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후 변동에 강한 계통을 확보하기 위해 2025년에는 자가 육성한 여왕벌 6마리를 시험 교체했습니다. 이 여왕벌들은 2024년 봄철 저온기에도 산란 폭이 상대적으로 덜 줄어든 봉군에서 선발한 개체입니다. 또한 개화 시기가 다른 조생종 밀원수 15주를 심어 아카시아 개화가 늦어져도 대체 밀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센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자체 스마트 축산 장비 지원사업을 신청해 구입비의 50%를 보조받았습니다. 신청부터 승인까지는 약 6주가 걸렸고, 필요 서류는 사업자등록증과 사육 현황 확인서 등이었습니다. 지원사업은 지역마다 조건이 달라, 신청 전 관할 농업기술센터에 직접 문의하는 것을 권합니다.
감으로 버티다 응애 감염률이 22%까지 치솟고 여왕벌 산란이 멈추는 상황까지 겪고 나서야, 저는 기록의 필요성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매일 무게를 재고 기준을 세운 뒤 폐사율은 12%에서 4%로 줄었고, 응급 대응 횟수도 8회에서 3회로 줄었습니다. 이제는 센서와 지원사업을 활용해 데이터 기반 양봉을 한 단계씩 넓혀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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