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도봉 사고와 2023년 봉밀 폐기, 날짜와 수치로 남긴 실패 기록
2024년 4월 12일, 저는 기온 8도인 날 무리하게 내검을 강행하다가 여왕벌을 압사시키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로부터 3년, 서양벌과 토종벌을 함께 키우며 15군 규모까지 봉장을 키우는 동안 겪은 실패를 날짜와 수치로 정리했습니다. 초보 시절의 조급함부터 3년 차의 방심까지, 제 봉장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수치와 함께 그대로 공유합니다.
2024년 4월 12일 오전 10시, 그날 기온은 8도였습니다. 벌들이 잘 크고 있는지 궁금해서 참지 못하고 소비 10장을 통째로 꺼내 확인하다가 여왕벌을 소비판 사이에 끼워 죽였습니다. 이후 2주간 산란이 완전히 멈췄고, 그 봉군은 결국 자연 왕대를 만들어 자력으로 여왕벌을 갱신하기까지 5주가 걸렸습니다. 그 시기 봉군 프레임 수 기준 봉세는 정상 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여름 채밀에서도 이 군만 채밀량이 0kg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다른 14개 군의 평균 채밀량이 16kg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손실이 뚜렷했습니다. 저온기 내검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몸으로 배운 사건이었고, 그 뒤로는 내검 전 반드시 온도계로 기온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2024년 6월 셋째 주, 예년보다 열흘 이른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밀원이 끊긴 상태에서 "며칠 지나면 갤 것"이라 안이하게 판단해 사양액 급여를 미뤘고, 장마가 9일간 이어지면서 결국 15군 중 2군이 아사했습니다. 폐사율로는 13.3%였고, 손실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봉군당 약 20만 원, 총 40만 원 상당이었습니다. 이후로는 강우 예보에 장마 시작 하루 전부터 예방적으로 사양을 시작하며, 같은 실수를 2025년에는 한 번도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2025년 장마철에는 15군 모두 폐사 없이 무사히 넘겼고, 사양액 재고를 미리 비축해 둔 덕분에 급하게 자재상을 찾아다닐 일도 없었습니다.
2024년 9월 초, 방제를 "10월에 한 번에 하면 되겠지"라고 미루다가 월동 직전 응애 감염이 급격히 퍼졌습니다. 그해 겨울 폐사율은 15군 중 3군, 20%에 달했습니다. 2025년부터는 9월 첫째 주에 1차 방제, 3주 후 2차 방제로 이원화했고, 방제 전후 자연낙하 응애 수를 비교한 결과 트레이 기준 하루 평균 낙하 수가 1차 방제 전 42마리에서 방제 후 6마리로 줄었습니다. 그 결과 이후 월동 폐사율은 15군 중 1군, 6.7%까지 낮아졌습니다. 방제 비용도 옥살산과 개미산을 합쳐 군당 약 3천 원 수준이라, 폐사로 인한 손실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2025년 5월 20일, "작년엔 이 시기에 분봉 안 났으니 괜찮겠지"라며 왕대 확인을 건너뛰었습니다. 사흘 뒤 확인해 보니 이미 분봉이 나가버린 뒤였고, 해당 봉군의 일벌 개체수는 절반 가까이 줄어 있었습니다. 벌통 무게도 분봉 전 대비 약 3kg 가벼워져 있었습니다. 그 군은 여름철 채밀량이 전년 대비 30% 줄어든 14kg에 그쳤습니다. 규모가 15군으로 늘면서 매일 전수 확인이 힘들어진 탓에 생긴 방심이었습니다. 3년 차가 되면서 봉군 수가 1년 차의 8군에서 거의 두 배로 늘었는데, 관리 방식은 그대로 둔 것이 근본 원인이었습니다.
2025년 7월, 2년 넘게 산란해 온 여왕벌을 "아직 알을 낳으니 괜찮다"며 방치했습니다. 산란 패턴이 소비 중앙부터 듬성듬성해지는 걸 눈치채고도 교체를 미루다가, 8월 채밀량이 전년 동기 18kg에서 12.6kg으로, 약 30% 감소했습니다. 산란 면적을 재봤을 때도 소비 1장당 유충 밀도가 이전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여왕벌은 산란 1년 6개월을 기준으로 교체하는 원칙을 세웠고, 2026년부터는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았습니다. 여왕벌 교체 비용은 마리당 약 4만 원인데, 채밀량 30% 감소로 입은 손실은 그보다 훨씬 컸습니다.
2025년 8월, 채밀 효율을 높이겠다고 240만 원짜리 원심 채밀기를 후기도 안 보고 구매했습니다. 진동과 소음이 예상보다 커서 인근 벌통 벌들이 이틀간 이상 흥분 행동을 보였고, 결국 채밀장을 봉장에서 50미터 떨어진 곳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이동 설치 비용까지 추가로 30만 원이 들었고, 장비값 회수는 2년째 아직입니다. 화려한 장비보다 기존 수동 채밀 방식이 우리 봉장 규모에는 더 적합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결국 자동 채밀기는 20군 이상으로 규모를 키운 뒤에나 다시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2024년 실패 이후로 매일 내검 시각, 기온, 사양량, 특이사항을 엑셀에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1년 치 데이터를 쌓고 나니 우리 봉장 기준으로 방제 최적 시점과 사양 개시 시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2025년 월동 폐사율은 전년 20%에서 6.7%로 떨어졌습니다. 기록을 시작하기 전에는 감으로 판단하던 것을 이제는 지난 2년 치 데이터와 비교해 결정합니다. 기록 시간은 하루 평균 10분 정도지만, 이 습관 하나로 폐사율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셈입니다.
2025년 3월, 반경 2km를 자전거로 돌며 개화 시기별 밀원 식물을 직접 표시한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아까시나무 개화가 예년보다 5일 빨라진 것을 미리 파악해 그해 채밀 시기를 앞당겼고, 채밀량이 전년 대비 18% 늘어난 21kg을 기록했습니다. 밀원 공백기인 6월 말~7월 초에는 지도를 기준으로 미리 사양 계획을 세워둡니다. 지도를 만들기 전에는 밀원 공백을 사후에야 알아챘지만, 이제는 최소 일주일 전에 예측하고 대비합니다.
2026년 2월, 지역 양봉회 정기 모임에서 인근 농가의 낭충봉아부패병 발생 사례를 미리 전해 들었습니다. 덕분에 예방적으로 봉군 분산 배치와 기구 소독 주기를 2주에서 1주로 앞당겼고, 그 해 제 봉장 15군 중 감염 사례는 0건이었습니다. 반면 정보를 못 들은 인근 농가 한 곳은 8군 중 3군에서 감염이 확인됐다고 들었습니다. 혼자 판단했다면 몰랐을 정보를, 매달 모임에 참석하며 미리 얻은 덕분이었습니다.
실패 하나하나는 아팠지만, 날짜와 수치로 남겨두니 다음 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됐습니다. 1년 차 20%였던 월동 폐사율이 3년 차 6.7%까지 내려온 것도 결국 기록과 소통 덕분이었습니다. 지금도 매일 기록하고 매달 지역 농가와 정보를 나누는 것이, 제가 찾은 유일하고 확실한 해법이며 지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