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도봉 사고와 2023년 봉밀 폐기, 날짜와 수치로 남긴 실패 기록
2023년 7월 초, 장마 중간의 반짝 갠 하루를 놓칠 수 없어 봉개율 68%인 소비를 그대로 채밀했다가 사흘 만에 꿀통 안에서 기포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수분 27%짜리 꿀이 발효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날의 실패 이후로 저는 눈대중이 아니라 수치를 우선하는 채밀 원칙을 세웠고, 이 글에서 그 판단 기준과 실전 순서, 채밀 후 관리법을 3년 차 양봉인으로써의 경험으로 정리합니다.
저는 소비의 봉개율이 65% 이상이고, 굴절식 수분 측정기 수치가 20% 이하로 나올 때만 채밀을 확정합니다. 이 두 조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하루 이상 미룹니다. 측정은 소비 한 장당 최소 세 지점(윗부분, 중간, 아랫부분)에서 각각 재고, 그중 가장 높은 값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세 지점 평균이 아니라 최고치를 쓰는 이유는, 부분적으로 수분이 높은 소비를 채밀했다가 전체가 오염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측정기는 사용 전 증류수로 영점을 맞추고, 프리즘 표면에 이물질이 남아 있으면 오차가 최대 2% 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어 매번 마른 천으로 닦은 뒤 사용합니다.
당시 저는 봉개율만 확인하고 수분 측정기를 챙기지 않은 채 채밀을 진행했습니다. 원인은 명확했습니다. 장마철 습도 85% 이상인 날이 이틀간 이어졌는데도 봉개율 숫자만 믿고 강행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채밀량 약 18kg 중 6kg 분량이 발효되어 전량 폐기했습니다. 발효된 꿀은 뚜껑을 열자마자 톡 쏘는 신맛과 함께 거품이 올라왔고, 병입해 둔 지 사흘 만에 뚜껑이 부풀어 오를 정도였습니다. 이 사고로 인한 손실은 소매가 기준 약 30만 원 상당이었고, 무엇보다 그해 첫 채밀분을 지인들에게 미리 예약받아둔 터라 신뢰도 함께 잃었습니다.
맑고 건조한 날이 이틀 이상 이어지면 예정보다 하루 앞당기고, 습도 80% 이상인 날에는 최소 하루, 많게는 사흘까지 미룹니다. 저는 기상청 예보 습도와 별개로 벌통 옆에 온습도계를 하나 걸어두고 매일 아침 7시에 직접 확인합니다. 예보와 실측이 5% 이상 차이 나는 경우가 한 달에 두세 번은 있어서, 예보만 믿고 일정을 잡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특히 아카시아 유밀기인 5월 중순에는 새벽안개가 걷히는 시각이 날마다 달라, 저는 온습도계 수치와 별개로 벌통 앞 착륙판에 벌이 몰리는 시간을 육안으로 함께 관찰해 채밀 개시 시각을 정합니다.
저는 채밀 시작 20분 전부터 훈연기를 준비하고, 벌통을 열기 전 3~4회 가볍게 연기를 흘려보내 벌의 흥분을 가라앉힙니다. 훈연 연료는 마른 솔잎과 삼베 조각을 섞어 쓰는데, 이 조합이 연기 지속 시간을 25분 이상 유지시켜 소비 3~4장을 채밀하는 동안 다시 불을 붙일 필요가 없어 작업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 장갑은 손목까지 오는 두꺼운 가죽 제품을 쓰는데, 얇은 면장갑을 썼다가 손등을 두 번 쏘인 뒤로는 두께를 절대 타협하지 않습니다. 망사모 지퍼 부분은 작업 전 반드시 손으로 당겨 벌어짐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2024년 6월 중순, 저는 시간을 아끼려고 처음부터 고속으로 원심분리기를 돌렸습니다. 원인은 무게 차이가 큰 소비 두 장을 마주 보게 넣고 고속 회전을 강행한 것이었습니다. 한쪽 소비는 약 2.3kg, 반대쪽은 약 1.7kg로 600g 가까이 차이가 났는데, 이를 무시하고 회전 속도를 초반부터 300 rpm까지 올린 것이 문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소초광 2장이 파손되어 꿀과 밀랍 파편이 섞였고, 걸러내고 세척하는 데 약 40분이 추가로 걸렸습니다. 그날 채밀 전체 일정이 예정보다 1시간 이상 지연되면서 오후 작업까지 순서가 밀렸습니다.
저속 회전은 약 1~2분, 한쪽 면의 꿀 30~40%만 먼저 빼냅니다. 이후 반대 면을 동일하게 저속으로 돌린 뒤, 처음 면으로 돌아가 고속 2~3분으로 마무리합니다. 이 방식으로 바꾼 뒤로는 2024년 하반기 채밀 12회 동안 소초광 파손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회전 속도를 높일 때는 단번에 다이얼을 돌리지 않고 5초 간격으로 조금씩 올려, 원심분리기 내부에서 소비가 흔들리는 진동음이 커지면 즉시 속도를 한 단계 낮춥니다.
채밀 당일 해 질 무렵, 빈 소비를 벌통에 다시 넣어 벌들이 남은 꿀을 정리하게 합니다. 보통 2~3일이면 완전히 마릅니다. 저는 소비를 넣기 전 철사 장력을 손으로 튕겨 확인하는데, 팅 소리가 아니라 둔탁한 소리가 나면 늘어진 것으로 판단해 그 자리에서 다시 조입니다. 핥아주기가 끝난 소비는 표면이 뽀얗게 마른 상태가 되는데, 이때 습기가 남아 있으면 곰팡이가 피기 쉬워 저장 전 최소 하루는 그늘에서 통풍시킨 뒤 보관함에 넣습니다.
채밀 직후 최소 1~2장의 먹이장을 남기고, 부족하면 즉시 사양액을 급여해 봉군의 내핍을 막습니다. 2024년 8월 채밀 직후에는 먹이장을 확인하지 않고 사흘을 넘겼다가 봉군의 산란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확인한 적이 있어, 그 뒤로는 채밀 당일 저녁에 반드시 먹이장 개수부터 세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2024년 8월, 저는 산란 공백기를 놓쳐 응애 방제 시기가 열흘 늦어진 적이 있습니다. 방제가 늦어진 사이 감염률이 이전 점검 대비 약 15% 포인트 상승한 것을 확인했고, 회복까지 약 한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 이후로는 채밀 직후 산란 공백기를 방제 최적기로 못 박아 두고, 캘린더에 채밀일로부터 3일 뒤 알림을 등록해 두고 있습니다.
채밀은 수치와 손끝 감각을 함께 써야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작업입니다. 2023년의 발효 사고와 2024년의 원심분리기 파손을 겪은 뒤, 저는 기준을 숫자로 못 박아두는 방식으로 손실을 줄여왔습니다. 다음 채밀철에는 이 기준표를 먼저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