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 신호 하루 놓쳐 봉군 절반 잃은 2024년 5월, 그 후 바꾼 3가지
양봉을 처음 시직할 때는 단순히 벌통과 장비만 준비하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비용과 시행착오가 뒤따릅니다. 저는 2022년 3월, 랑식 표준 벌통 5개로 출발하여 장비 구입비와 종군 비용, 그리고 사양 방제·방제·보온 같은 추가 지출까지 합쳐 첫해에만 200만 원이 넘는 돈을 들였습니다. 초기 예산을 크게 초과 했던 경험과 두 차례 월동 실패를 겪으며, 이후 비용 절감 방법과 사양 원칙을 새롭게 정립하게 되었고, 이 과정을 통해 초보 양봉인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3월, 저는 랑식 표준 10 매통 5개로 양봉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당시 근처 지인 소개로 양봉자재상에서 벌통 1개당 가격은 8만 원 선이었고, 조립까지 마친 완제품 5개를 구입하는 데 40만 원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훈연기 1대(3만 원), 방충복 1벌(5만 원), 벌장갑 2켤레(2만 원), 채밀기 1년 대여료 8만 원, 소비(巢脾) 50매(15만 원)까지 갖추는 데 추가로 35만 원가량이 더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중고 장비도 알아봤지만 지역 내 물량이 없어 결국 신품으로 구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비만 갖췄다고 끝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벌이 있어야 양봉을 시작할 수 있었기에, 5매 기준 분봉군을 통당 15만 원씩 주고 5통을 들였습니다. 이 비용만 75만 원이었고, 분봉군을 실어오는 차량 유류비와 운반용 상자 대여료로도 3만 원이 추가로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장비비 87만 원과 종군 구입비 78만 원을 합쳐 총 165만 원 정도가 초기 투자 비용으로 들어갔습니다. 처음 예상했던 100만 원보다 65% 가까이 초과된 금액이라 당시에는 부담이 상당히 컸고, 두 달 동안 다른 지출을 줄여가며 메꿔야 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첫해 가을 사양(설탕물 급여)에 들어간 사료비만 별도로 18만 원이 들었고, 응애 방제를 위한 개미산 처리제 구입에 6만 원, 그리고 겨울철 벌통 보온을 위한 왕겨와 보온재 구입에 4만 원이 추가로 들었습니다. 여기에 벌통을 놓을 부지 정리 작업(잡초 제거, 바닥 평탄화)을 위해 하루 인부를 불러 일당 10만 원을 지불한 것도 예상 못 한 지출이었습니다. 결국 첫해 총지출은 203만 원 수준이었고, 이는 제가 처음 세운 예산 100만 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처음 양봉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벌통·장비값 외에 사양 비용과 방제 비용, 보온 비용, 부지 정리 비용까지 최소 25~30% 정도 별도로 예산에 넣어두는 것을 권합니다.
2022년 9월 말, 저는 가을꿀을 욕심내어 벌통당 소비 8매 중 6매를 채밀해 버렸습니다. 월동을 위해서는 최소 4~5매 분량의 꿀을 남겨둬야 한다는 걸 책에서 읽어 알고 있었지만, 판매 수익을 조금이라도 늘리고 싶은 마음에 2매 분량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채밀했습니다. 당시 채밀한 꿀은 총 12kg이었고, 이를 판매해 얻은 수익은 약 36만 원이었습니다. 그 해 12월 15일,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날 벌통을 열어보니 5통 중 2통이 이미 폐사한 상태였습니다. 벌통 안에는 벌들이 소비 한 칸에 무리 지어 죽어 있었고, 남은 꿀은 거의 바닥나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11월 말까지도 벌통 앞에서 벌들의 활동이 여전히 활발해 보여 별문제 없다고 판단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건 남은 꿀을 급하게 소비하며 나타난 마지막 활동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첫 실패 이후 저는 사양량은 넉넉히 지켰지만, 이번에는 시기를 놓쳤습니다. 2023년 11월 둘째 주(11월 13일경)에 설탕물 사양을 시작했는데, 이미 야간 기온이 5도 아래로 떨어진 뒤라 벌들이 설탕물을 제대로 소비하지 못했습니다. 통상 사양은 낮 기온이 최소 10도 이상 유지되는 10월 중순~11월 초에 마쳐야 벌들이 이를 저장하고 숙성시킬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데, 저는 이 시기를 3주가량 놓쳤습니다. 급여기에 담아준 설탕물 1.5리터 중 상당량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고, 결과적으로 사양한 설탕물의 상당량이 미숙성 상태로 남았습니다. 2024년 1월 20일 점검에서 1통이 추가로 폐사한 것을 발견했고, 벌통 내부 습도가 높아 곰팡이 냄새까지 나고 있었습니다.
두 번의 폐사를 겪은 뒤 2024년부터는 사양 원칙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채밀은 전체 소비의 60%까지만 하고 40%는 반드시 월동용으로 남기며, 사양은 매년 9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해 10월 20일 전에는 반드시 마치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습니다. 설탕물 비율도 기존 1:1에서 월동 직전에는 2:1(설탕:물)로 바꿔 벌들이 더 짧은 시간에 고농도로 저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급여량도 통당 1회 2리터씩, 주 2회, 총 4회에 걸쳐 나눠 급여하는 방식으로 바꿨고, 급여기도 넓은 접시형에서 벌들이 한 번에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대형 페일통형으로 교체했습니다. 이 방식으로 바꾼 2024년, 2025년 두 해 동안은 10통 중 폐사 없이 전체 월동에 성공했고, 이듬해 봄 산란 개시 시점도 예년보다 약 1주일가량 빨라졌습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계절별 사양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을 사양은 벌통당 소비 4~5매(약 8~10kg) 분량을 목표로 하고, 봄 사양은 산란 촉진을 위해 소량씩(1회 500ml~1L) 자주 나눠주는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봄철에는 3월 초부터 4월 중순까지 주 2회씩 총 6~7회 급여했을 때 산란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여름철에는 밀원이 부족한 장마 기간(보통 6월 말~7월 중순)에만 보조적으로 소량 급여했고, 이 시기를 제외하면 별도 사양은 하지 않았습니다.
3년을 운영하며 알게 된 절감 방법도 있습니다. 저는 2년 차부터 소비를 직접 채소(採巢)해서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연간 소비 구입비를 15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줄였습니다. 또한 장비는 신품 대신 지역 양봉협회를 통해 은퇴하는 양봉인의 중고 채밀기와 훈연기를 구입해 연간 대여료 8만 원을 아예 없앴습니다. 벌통도 직접 목재를 구입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바꿔 개당 8만 원이던 구입비를 5만 원으로 낮췄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2년 차 이후부터는 연간 유지비를 첫해 대비 약 45% 절감했습니다.
지금은 매년 10월 초, 11월 초, 12월 말, 세 차례에 걸쳐 벌통 무게를 직접 들어보는 방식으로 저장량을 점검합니다. 벌통을 한쪽 모서리만 살짝 들었을 때 묵직하게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사양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판단하고 즉시 추가 급여를 합니다. 저는 이 감각을 익히기 위해 첫해에는 실제로 20kg 계량저울을 이용해 벌통 무게를 재보며 기준(통당 약 25kg 이상)을 몸에 익혔고, 지금은 저울 없이도 손으로 들어보는 것만으로 3~4kg 오차 범위 안에서 무게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점검 루틴을 도입한 이후 2년간 월동 중 폐사는 한 건도 없었고, 점검 시간도 벌통당 2~3분 이내로 크게 줄었습니다. 벌통 10통을 모두 점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총 30분 남짓이라, 큰 부담 없이 매달 챙길 수 있는 루틴이 되었습니다.
점검할 때는 항상 같은 시간대(오전 10~11시)에 방문해 벌들의 활동량 변화도 함께 기록해 두는데, 이 기록이 다음 해 사양 시기를 정할 때 큰 참고 자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