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도봉 사고와 2023년 봉밀 폐기, 날짜와 수치로 남긴 실패 기록
2024년 2월 셋째 주 토요일 아침 8시, 벌통을 열었다가 서양벌 3군 중 1군이 통째로 굶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먹이가 남아 있다고 방심한 지 3주 만의 일이었습니다. 3년 차 양봉인으로 서양벌과 토종벌을 함께 키우며 겪은 이 실패와 이후 바꾼 관리 방식을, 봄철 사양·분봉부터 여름철 채밀·혹서기, 가을 응애 방제와 월동 포장까지 계절별 수치와 타이밍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당시 저는 1월 말 급여 후 "설탕액 3 리터면 2월 한 달은 버틸 것"이라 계산하고 3주간 벌통을 열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1월 하순 이상 저온이 이어지면서 벌들이 소비 중앙 3장에만 뭉쳐 있었고, 먹이가 남아 있던 바깥쪽 소비까지는 이동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통 전체 먹이량은 충분했지만 벌 뭉치 바로 옆에는 먹이가 없어 굶어 죽는 '이동 아사'였습니다. 부검하듯 소비를 하나씩 꺼내 보니 벌 뭉치에서 두 칸 떨어진 소비에는 먹이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죽은 벌들은 대부분 소비 틈에 머리를 박은 채 굳어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 옆 통에서도 벌 뭉치가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해 급히 먹이장을 옮겨 주었습니다. 이 일을 겪은 뒤로는 먹이 잔량뿐 아니라 벌 뭉치의 위치를 함께 확인하는 방식으로 점검 습관을 바꿨습니다.
2025년 1월 셋째 주, 외부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졌던 날 보온덮개 한 겹만 덮은 통을 열어 보니 벌 뭉치 표면이 평소보다 딱딱하게 뭉쳐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날 저녁 바로 스티로폼 상단 덮개를 추가하고 옆면까지 밀착 포장으로 바꿨는데, 사흘 뒤 다시 열어 봤을 때는 벌 뭉치가 눈에 띄게 느슨해져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감으로 판단하지 않고 외기 온도 구간별로 보온재 두께를 정해 두고 그 기준대로만 움직이고 있으며, 매일 아침 기상 예보의 최저기온만 확인해도 그날 보온 조치를 바로 결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25년 4월 12일 점검 당시 산란권 소비에서 왕대 3개를 발견했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이틀 뒤 제거하면 되겠지" 하고 미뤘습니다. 4월 15일 재방문했을 때는 이미 구봉과 함께 일벌 세력의 절반가량이 분봉해 나간 뒤였고, 남은 봉군은 그해 아카시아 채밀량이 예년의 60%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왕대를 처음 발견한 시점과 실제 분봉 사이 간격이 3일에 불과했던 셈이라, 그 이후로는 왕대를 발견하면 무조건 당일 안에 제거하거나 인공 분봉으로 세력을 미리 나누는 방식으로 관리를 바꿨습니다. 같은 해 5월에 다른 통에서 왕대를 발견했을 때는 이 원칙대로 그날 오후 바로 인공 분봉을 실시했고, 두 군 모두 세력을 유지한 채 여름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2024년 5월에는 밀개율을 눈대중으로만 판단해 소비 겉면의 70% 정도만 밀개가 쳐진 상태에서 채밀했습니다. 당시에는 문제없어 보였지만 두 달 뒤인 7월에 보관 중이던 꿀 표면에 기포가 올라오며 살짝 발효되는 문제를 겪었고, 결국 해당 물량은 판매하지 못하고 폐기했습니다. 원인을 찾아보니 수분 함량이 22%를 넘겨 있었습니다. 2025년부터는 소비 한 장을 뽑아 밀개 비율을 직접 세어 확인하고, 굴절당도계로 수분 함량까지 재는 방식으로 바꿨고 이후로는 발효 문제가 재발하지 않았습니다. 2025년 5월 채밀 때는 같은 방식으로 확인한 결과 수분 함량이 18%로 나와, 보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변질 없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4년 6월 채밀 직후 통 주변에 흘린 꿀을 제때 닦지 않고 다음 날로 미뤘다가, 하루 만에 인근 봉군에서 도봉이 발생했습니다. 세력이 약했던 1군은 그날 하루 사이 저장꿀 절반가량을 다른 봉군에게 뺏겼고, 방어하던 일벌 상당수가 그 과정에서 죽었습니다. 같은 주에 말벌 2마리가 소문 앞을 배회하는 것도 확인해 서둘러 말벌 트랩을 설치했고, 이후 일주일간 트랩에 걸린 말벌 수를 세어 보니 매일 1~2마리씩 잡혔습니다. 그 뒤로는 채밀 직후 청소를 그날 안에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고, 특히 세력이 약한 군 주변은 채밀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확인하고 있습니다.
2025년 8월 초,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긴 날 통 내부를 확인했더니 일부 벌이 소문 앞에 나와 부채질만 하는 '베이딩'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벌통 내부 온도를 측정해 보니 38도 가까이 올라가 있었고, 급수기까지의 거리가 먼 통일수록 베어링이 더 심했습니다. 그날 오후 차광막을 추가로 설치하고 급수기 물통을 통당 1개에서 2개로 늘린 뒤, 사흘 뒤 다시 확인했을 때는 소문 앞에 나와 있던 벌 수가 눈에 띄게 줄어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 온도계를 함께 걸어 둔 다른 통과 비교해 보니 차광막을 먼저 설치했던 통은 내부 온도가 2~3도 낮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가을 세력 회복이 늦어지면 월동봉 수가 부족해진다는 것을 2024년 9월에 직접 겪었습니다. 당시 산란권 소비가 4장에 그쳤던 군을 별다른 조치 없이 넘겼는데, 이듬해 2월 점검에서 벌 수가 눈에 띄게 줄어 있었고 결국 아사 위험군으로 분류해 다른 군의 벌을 합해주는 응급 처치를 해야 했습니다. 이 일을 겪은 뒤로는 9월 초 기준으로 산란권 소비 6장 이상을 목표로 세워 두고, 미달하는 군은 화분떡과 자극 급여로 산란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2024년 가을에는 옥살산 처리를 9월에 1회만 하고 넘어갔다가, 11월 파우더슈거 롤 테스트에서 응애 감염률이 6%까지 올라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뒤늦게 알아보니 감염률이 3%를 넘으면 월동 실패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기준이 있었고, 저는 그 기준을 모른 채 1회 처리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이후 2주 간격으로 개미산 2회를 추가 처리하고 12월 초 재검사에서 감염률이 1% 아래로 떨어진 것을 확인한 뒤에야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2025년 가을부터는 처음부터 9월, 10월 두 차례 정기 처리를 원칙으로 잡아 두고, 감염률이 기준을 넘을 때만 추가 처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2025년 11월 포장 직후 통 상단을 틈 없이 완전히 밀폐했다가, 12월 점검에서 덮개 안쪽에 물방울이 맺힌 결로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밀폐도가 높을수록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던 판단이 오히려 문제를 만든 셈이었습니다. 안쪽 습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어 벌 뭉치 위쪽에 곰팡이가 생기기 직전까지 갔었고, 급하게 상단에 지름 1cm 정도의 환기구를 뚫어준 뒤에야 결로가 사라졌습니다. 이후로는 처음부터 환기구를 남겨 두고 포장하고 있습니다.
3년간 봄철 아사 1건, 분봉 실기 1건, 여름철 발효 1건, 가을철 응애 방제 실패 1건을 겪고 나서야 계절별 수치 기준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서양벌과 토종벌 모두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관리하고 있고, 다음 절기에는 정리한 기준선을 바탕으로 결과를 다시 비교해 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