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도봉 사고와 2023년 봉밀 폐기, 날짜와 수치로 남긴 실패 기록
2024년 7월 둘째 주, 장마가 이어지던 날 벌통 12군에서 채밀한 아카시아꿀 40kg을 거르다가 여과망이 완전히 막혀 5시간 넘게 씨름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글에는 그날의 실패부터 3년째 이어온 여과, 숙성, 병입 과정에서 직접 확인한 온도와 습도, 수분 함량 수치, 그리고 병입 후 하자를 겪으며 고쳐온 방법까지 그대로 정리했습니다.
2024년 7월 둘째 주, 장마가 이어지던 날 오후에 벌통 12군에서 채밀한 아카시아꿀 40kg을 거르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평소라면 2시간 안에 끝나던 여과가 이날은 5시간이 넘도록 끝나지 않았습니다. 원인은 습도였습니다. 그날 작업장 습도는 85%까지 올라가 있었고, 꿀이 공기 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점도가 급격히 올라가 60 메쉬 거름망 구멍이 20분 만에 막혀버렸습니다.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작업을 끝냈고, 다음 날 팔이 뻐근할 정도로 손으로 거름망을 계속 교체해야 했습니다. 그날 함께 작업하던 아내도 손목이 아프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2024년 8월부터 거름망을 60 메쉬에서 100 메쉬 2단 구조로 바꾸고, 15평 규모 작업장에 제습기 2대를 상시 가동해 습도를 55% 이하로 낮춘 뒤에만 여과를 시작하는 것으로 원칙을 바꿨습니다. 제습기는 하루 6시간 이상 가동해야 습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됐고, 전기료가 월 3만 원가량 더 나왔지만 작업 시간을 줄이는 게 더 이득이었습니다. 이후 2025년 장마철에는 같은 조건에서도 여과 시간이 평균 2시간 30분으로 안정됐고, 거름망 교체 횟수도 배치당 1회로 줄었습니다.
현재는 여과 작업 전 반드시 온습도계로 작업장 상태를 확인하고 아래 기준을 지킵니다. 밤꿀처럼 점도가 높은 꿀은 온도를 35도 안팎으로 살짝 올려서 통과시키고, 아카시아꿀은 30도 내외에서도 무리 없이 흐릅니다. 작업 시작 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습도, 온도, 거름망 상태 세 가지를 순서대로 확인한 뒤에만 여과를 시작하고, 이 기준을 세운 뒤로는 2년째 여과망 막힘으로 작업이 지연된 적이 없습니다.
2023년 8월, 숙성탱크 안 꿀의 점도를 낮추려고 온수 패드 온도를 45도까지 올린 적이 있습니다. 결정화된 부분을 빨리 녹이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게 온도를 높였는데, 3시간을 그대로 방치한 뒤 살펴보니 꿀 색이 평소보다 살짝 짙어져 있었습니다. 이후 자가 검사에서 디아스타제 활성 수치가 평소보다 눈에 띄게 낮게 나왔고, 고온이 효소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확인한 경험이었습니다. 그해 가을 지역 양봉조합 품평회에 이 배치를 출품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었고, 이후로는 가온 전 항상 소량을 따로 떠서 색과 향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2023년 9월부터는 가온 온도를 38도를 넘기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습니다. 온도계는 탱크 상단, 중단, 하단 세 지점에 각각 꽂아두고 세 지점 온도 차이가 2도 이상 나면 교반을 멈추고 온도를 맞춘 뒤 재개합니다. 수분 함량은 굴절식 수분계로 매 배치마다 3회 측정해 평균값을 기록하고, 측정 전에는 반드시 꿀 온도를 20도 안팎으로 맞춰 오차를 줄입니다. 수분계는 6개월에 한 번씩 증류수로 영점 보정을 하는데, 이 습관을 들인 뒤로 배치 간 측정값 편차가 크게 줄었습니다.
3년간 기록을 모아보니 밀원별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아카시아꿀은 평균 수분 함량 18.5%로 비교적 낮고 결정화도 느린 편이지만, 밤꿀은 평균 19.8%로 아카시아꿀보다 높고 점도도 더 무겁습니다. 야생화꿀은 밀원이 섞여 있어 배치마다 수분 함량이 17.9%에서 19.5% 사이로 폭이 넓었습니다. 기준치인 20%를 넘긴 배치는 제습·온풍 숙성고에서 36도 안팎으로 3~5일 더 건조하며, 하루에 한 번씩 표면 수분을 측정해 그래프로 기록해 둡니다.
2022년 첫해에는 병입 후 헤드스페이스를 신경 쓰지 않고 병 입구까지 꿀을 가득 채운 적이 있습니다. 온도 변화로 꿀이 살짝 팽창하면서 마개 틈으로 소량이 새어 나온 병이 전체 병입량 200병 중 6병 있었습니다. 택배 상자를 열었을 때 꿀이 새어 있었다는 연락을 고객 두 분께 받고서야 문제를 알아차렸고, 환불과 재배송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배송 상자 안쪽에 완충재를 한 겹 더 넣는 것도 그때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로는 병 입구에서 1cm 정도 공간을 남기고 병입 한 뒤 이중 마개로 마감합니다.
병입이 끝난 제품은 단열재를 두른 실내 창고에 보관하며, 냉난방기와 제습기로 온도 15~25도, 습도 55% 이하를 유지합니다. 2024년 겨울 한파 때 난방을 잠깐 꺼둔 사이 창고 온도가 8도까지 떨어져 결로가 생긴 적이 있어, 병 라벨 몇 장이 습기에 젖어 다시 인쇄해야 했습니다. 그 비용만 5만 원 넘게 들었고, 라벨을 다시 붙이느라 하루 오후 시간을 통째로 썼습니다. 이후로는 온도 알림 설정을 15도 미만일 때 울리도록 바꿨고, 창고 문 앞에 온습도 기록표를 붙여 매일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 눈으로 확인합니다.
2025년 3월에는 결정화된 꿀을 받은 소비자에게서 상한 것 아니냐는 문의를 여러 건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포도당 비율이 높은 자연꿀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45도를 넘지 않는 미지근한 물에 병째 중탕하면 다시 액상으로 돌아온다고 안내했습니다. 문의를 여러 번 받은 뒤로는 상품 설명 페이지에 결정화 안내 문구와 중탕 방법을 미리 적어두었고, 그 이후로 관련 문의는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3년간 여과망을 막혀보고 온도를 45도까지 넘겨보고 병을 새게도 해보면서 얻은 결론은 결국 자연의 속도를 기다리는 것뿐이었습니다. 습도 55%, 가온 38도라는 숫자는 모두 실패를 거쳐 얻은 기준이고, 지금도 매 배치마다 이 기준표를 확인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숙성탱크 데이터 기록 방법을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