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 신호 하루 놓쳐 봉군 절반 잃은 2024년 5월, 그 후 바꾼 3가지
2024년 5월 3일, 저는 새 여왕벌이 든 왕롱을 투입한 지 하루 만에 마개를 열었습니다. 벌통 앞에서 일벌들의 반응이 조용해 보여 괜찮을 거라 판단했는데, 다음 날 확인해보니 일벌들이 새 여왕벌을 공처럼 뭉쳐 죽인 상태였습니다. 이 실패로 봉군은 새 왕대를 다시 키우느라 약 20일을 허비했습니다. 3년 차가 된 지금은 왕롱을 넣고 최소 사흘은 관찰한 뒤에만 마개를 엽니다. 이 글에는 제가 2024년에 겪은 여왕벌 투입 실패 두 건과 이충 실패 한 건, 그리고 그 이후 수치로 확인한 개선 결과를 정리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투입 하루 만에 마개를 열었다가 새 여왕벌을 잃었습니다. 원인을 되짚어보니 케이지 주변에 일벌이 몰려 있었는데도 이를 단순히 새 여왕벌에 대한 호기심으로 착각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실제로는 공격 직전의 경계 반응이었습니다. 이 실패로 대체 왕대가 형성되기까지 6일, 신왕이 출방하기까지 다시 16일이 걸려 총 22일간 산란이 끊겼고, 그 사이 봉군 세력은 약 25% 줄었습니다. 폐사 당일 벌통 바닥을 살펴보니 죽은 여왕벌 주변으로 일벌 사체도 3마리 함께 발견됐는데, 여왕벌을 에워싸고 공격하는 과정에서 일부 일벌도 함께 희생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 실패 이후 저는 왕롱 투입 후 최소 72시간은 마개를 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2024년 6월부터 이 원칙을 적용해 총 5마리의 새 여왕벌을 투입했는데, 5마리 모두 정상적으로 방출됐고 일벌의 공격으로 인한 폐사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케이지 주변 일벌 밀집도도 함께 기록했는데, 정상적으로 동화가 진행된 경우 투입 3일째에는 케이지에 붙어있는 일벌 수가 평균 3~4마리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반대로 실패했던 사례를 되짚어보면 투입 1일째부터 케이지 주변에 10마리 이상이 몰려 있었는데, 당시에는 이 숫자의 의미를 몰랐지만 지금은 5마리 이상이 하루 이상 지속되면 개봉을 최소 이틀 더 미루는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케이지 주변에 일벌이 촘촘히 뭉쳐 있으면 저는 개봉을 1~2일 미루고, 대신 묽은 설탕물(설탕:물 1:1)을 케이지 표면에 가볍게 분무합니다. 2024년 7월에 진행한 6건의 투입 중 3건은 초기에 경계 반응을 보였는데, 설탕물 분무 후 하루 만에 3건 모두 일벌 밀집도가 눈에 띄게 줄어 정상적으로 개봉할 수 있었습니다. 분무량은 1회당 3~4회 눌러 케이지 표면이 살짝 젖는 정도로 조절합니다. 예전에는 분무 없이 그냥 기다리기만 했는데, 그때는 경계 반응이 풀리기까지 평균 2.5일이 걸렸던 반면 설탕물 분무를 병행한 뒤로는 평균 1일로 단축됐습니다.
새 여왕벌이 방출된 지 3일째부터 저는 궁금한 마음에 하루도 빠짐없이 소비를 들어 올려 산란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3일 연속 확인한 뒤 여왕벌이 눈에 띄게 소비 밑으로 숨어들었고,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알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스트레스로 산란이 지연된 것으로 판단했고, 결국 정상 산란 개시까지 방출 후 총 18일이 걸려 평소보다 8일이 더 걸렸습니다. 확인할 때마다 소비를 들어 올려 채광창 앞에서 30초 이상 비춰봤는데, 지금 생각하면 여왕벌 입장에서는 매일 같은 시간에 벌통 전체가 흔들리는 진동과 빛에 노출된 셈이라 그 스트레스가 누적됐던 것 같습니다.
이 실패 이후 저는 방출 후 첫 확인을 7일째로 미루고, 이후에도 3~4일 간격으로만 소비를 들어봅니다. 2024년 8월부터 이 방식으로 투입한 여왕벌 4마리는 모두 방출 후 평균 9일 만에 첫 산란이 확인됐고, 유충방 충실도(빈방 없이 알이 고르게 박힌 비율)는 평균 88%로 이전 실패 사례보다 안정적이었습니다.
산란 확인 시 알이 전혀 없으면 저는 미리 준비해 둔 예비 왕대를 곧바로 투입합니다. 2024년에는 총 9건의 투입 중 2건에서 여왕벌 소실이 확인됐는데, 예비 왕대를 보유하고 있던 덕분에 두 경우 모두 발견 당일 바로 조치할 수 있었고, 이후 정상적으로 신왕이 출방해 봉군을 회복했습니다. 예비 왕대는 항상 2~3개를 인공 사양벌통에 별도 보관해 필요할 때 즉시 꺼내 쓸 수 있도록 준비해 둡니다. 예비 왕대를 보관하는 사양벌통은 본군과 별도로 관리하며, 온도 유지를 위해 보온재로 감싸 놓습니다.
처음 이충(인공 유충 이식)을 시도한 2024년 9월, 저는 습도 관리를 따로 하지 않고 실내 상온(당시 습도 약 40%)에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식한 유충 20마리 중 14마리(70%)가 하루 만에 말라 죽거나 착상에 실패했습니다. 원인은 낮은 습도로 인한 유충 건조였습니다. 이후 가습기로 작업 공간 습도를 65~70%로 맞추고 다시 20마리를 이식했더니 폐사는 5마리(25%)로 줄었습니다. 이식용 유충도 함께 조건을 바꿨는데, 처음에는 부화 후 2~3일 지난 유충을 썼다면 두 번째 시도부터는 부화 12~24시간 이내의 더 어린 유충만 골라 썼고, 이 두 가지 변수를 함께 바꾼 것이 폐사율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2024년 6월부터 저는 벌통마다 투입일, 방출일, 첫 산란일, 유충방 충실도를 노트에 표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록을 시작한 뒤로 왕롱 투입부터 정상 산란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이 기존 18일에서 11일로 줄었는데, 이는 관찰 주기와 개봉 타이밍을 데이터 기반으로 조정한 결과였습니다. 기록 항목은 투입일, 개봉일, 케이지 주변 일벌 밀집도, 첫 산란 확인일, 유충방 충실도 다섯 가지로 고정해 두고 매번 같은 기준으로 기록합니다. 노트는 벌통별로 페이지를 나눠 쓰고 있는데, 한 페이지에 봄, 여름, 가을 세 시즌 기록을 나란히 적어두면 같은 벌통이라도 계절에 따라 산란 개시 속도가 다르다는 것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4년 하반기 기록을 바탕으로 저는 2025년에는 봄철(4~5월)과 가을철(9월) 두 시기에 맞춰 자체 여왕벌을 각 6마리씩, 연간 총 12마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이충 성공률을 현재 75% 수준에서 85%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습도 65~70% 유지와 함께 이식 도구 온도도 체온 정도(약 36도)로 예열하는 방법을 다음 시즌부터 추가로 시도할 계획입니다.
2024년 5월의 여왕벌 폐사와 7월의 산란 중단, 9월의 이충 실패까지 세 번의 실패는 모두 제가 관찰 간격과 온습도를 눈짐작으로 판단했던 데서 비롯됐습니다. 서양벌 6군과 토종벌 4군을 함께 관리하면서 벌통마다 다섯 가지 항목을 고정해 기록하기 시작한 뒤로, 왕롱 투입부터 정상 산란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7일 단축됐습니다. 처음에는 기록하는 데만 벌통 한 군당 5분 정도가 더 걸려서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반년 정도 데이터가 쌓이고 나니 계절별로 어느 시점에 개봉하고 확인해야 하는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