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도봉 사고와 2023년 봉밀 폐기, 날짜와 수치로 남긴 실패 기록
2024년 9월, 저는 왕롱에 넣은 새 여왕벌을 격리 하루 반 만에 꺼냈다가 일벌들에게 집단으로 물려 죽는 걸 눈앞에서 지켜봤습니다. 냄새가 덜 섞인 상태에서 서둘러 개봉한 게 원인이었습니다. 그 실패 이후 저는 합봉만큼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고, 3년 차인 지금은 신문지법 위주로 안전하게 합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실패와 이후 바뀐 제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직접 합봉은 냄새가 섞이지 않은 채로 벌들이 바로 마주치기 때문에 싸움이 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신문지법을 기본으로 씁니다.
처음 합봉을 시도했던 해에는 신문지에 절개선을 아예 내지 않고 그대로 덮었는데, 벌들이 구멍을 다 뚫기까지 사흘 가까이 걸려서 그동안 양쪽 통이 서로 다른 냄새를 유지한 채 대치하는 상태가 길어졌습니다. 이후로는 미리 작은 절개선을 내주는 방식으로 바꿨고, 구멍이 생기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상단 통을 올릴 때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소비 배치를 미리 맞춰두는 것도 작업 중 신문지가 찢어지는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2024년 9월 초, 저는 기존 여왕벌을 제거하고 새 여왕벌을 왕롱에 넣어 격리했습니다. 원래 기준은 2~3일이었는데, 벌들이 왕롱 주변에서 잠잠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하루 반 만에 뚜껑을 열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개봉하자마자 일벌 여러 마리가 새 여왕벌을 에워싸고 물어 결국 여왕벌을 잃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놓친 건 시간이 아니라 신호였습니다. 왕롱 겉면이 조용해 보인다고 해서 벌들의 경계심이 실제로 풀린 건 아니었는데, 저는 그걸 같은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지금은 왕롱을 하루에 두 번, 아침과 저녁으로 짧게 관찰하면서 일벌들의 행동 변화를 기록해 두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렇게 기록을 남기고 나서부터는 개봉 시점을 감이 아니라 관찰한 근거로 판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신문지법을 적용하고 나면 벌들이 신문지를 갉아 구멍을 내는 속도로 봉군 간 경계심이 풀렸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 관찰은 하루 한 번이 아니라 아침저녁으로 나눠서 합니다. 오전에는 조용해 보이던 통이 오후 들어 갑자기 다투는 소리가 커지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문 가까이 귀를 대보면 안정된 통과 아직 긴장 상태인 통의 소리 톤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알게 된 부분입니다.
합봉 작업 전후로 저는 훈연과 분무를 함께 사용해 벌들의 경계 반응을 낮춥니다.
설탕물 분무 농도를 처음에는 감으로 진하게 탔다가, 너무 끈적해져서 벌 날개에 들러붙어 오히려 움직임을 둔하게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반드시 1:1 비율을 계량해서 맞추고, 분무기 입구도 고운 안개가 나오는 것으로 바꿔서 벌 몸에 과하게 뭉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합봉이 끝나면 양쪽 통에 나뉘어 있던 소비를 정리해 하나의 통 안에서 균형을 맞춥니다.
합봉 직후 며칠은 매일 상태를 확인해야 안정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모니터링을 시작한 초반에는 이 확인 작업을 며칠 걸러 한 번씩 했는데, 그 사이 벌어진 작은 변화를 놓쳐서 뒤늦게 문제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합봉 후 첫 일주일만큼은 짧게라도 매일 소문 앞을 확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합봉으로 세력이 커진 봉군은 계절 흐름에 맞춰 관리 방식도 달라집니다.
세력이 커진 만큼 소비를 늘리는 속도도 예년보다 빠르게 잡아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첫해에는 다른 통과 똑같은 주기로 소비를 추가했다가 벌통 내부가 금방 꽉 차서 자연 분봉 조짐이 보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합봉으로 세력이 커진 통은 별도로 표시해 두고 소비 추가 주기를 평소보다 짧게 잡아 관리합니다.
합봉 한 봉군은 일벌 개체수가 많아 응애 밀도도 함께 높아질 수 있어 방제 시점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2023년 11월 방제가 늦었던 그해에는 이듬해 봄 세력 회복도 눈에 띄게 더뎠습니다. 응애 피해를 늦게 발견할수록 봄철 산란 재개 시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걸 그 한 해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고, 그 이후로는 달력에 방제 예정일을 미리 표시해 두고 다른 일정보다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지금은 방제 완료일과 사용한 약제를 기록장에 함께 적어, 이듬해 같은 시기에 바로 참고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벌통을 자주 열지 않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상태를 확인합니다.
겨울철에 벌통을 자주 열어보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궁금증을 못 이기고 한겨울에 뚜껑을 열어봤다가, 그 며칠 뒤 소문 앞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걸 보고 후회한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아무리 궁금해도 청음과 외부 관찰만으로 버티고, 정말 필요할 때만 최소한으로 개방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2024년 9월의 실패를 겪고 나서야 합봉은 사람의 일정이 아니라 벌들의 신호에 맞춰야 한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그해 잃었던 여왕벌 한 마리가 결과적으로는 이후 3년 차까지 이어지는 제 합봉 원칙을 만들어준 셈입니다. 앞으로도 매 시즌 합봉 결과와 이후 방제 시점을 기록해 다음 글에서 더 구체적으로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