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벌통 습도 관리 실패담과 해결 과정

 

장마비로 습도조절을 못해 소비가 흠뻑 젖은 사진

장마가 시작되면 저는 항상 벌통보다 하늘을 먼저 봅니다. 3년 차 양봉인이 된 지금도 장마철만 되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2년 전 첫 장마 때 저지른 실수 때문에 벌통 두 군을 거의 잃을 뻔했거든요. 오늘은 그때 이야기와, 지금도 완전히는 풀지 못한 고민을 솔직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소상 안이 눅눅해지는 걸 왜 몰랐을까

그해 7월, 장마가 열흘 넘게 이어지던 날이었습니다. 저는 비 오는 날은 벌통을 열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배웠던 터라, 개포를 덮어둔 채로 일주일 넘게 소상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벌들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나름의 배려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벌통을 총 여섯 군 관리하고 있었고, 그중 볕이 잘 안 드는 담장 옆 두 군이 유독 걱정이었지만 "비 오는데 뭘 어쩌겠나" 싶어 그냥 넘겼습니다.

장마가 끝나갈 무렵 오랜만에 소상 뚜껑을 열었을 때, 코를 찌르는 눅눅한 냄새가 먼저 올라왔습니다. 개포 안쪽에 물기가 맺혀 있었고, 벽면 소비 몇 장에는 옅은 곰팡이 자국이 보였습니다. 벌들의 움직임도 평소보다 확실히 둔했습니다. 소문 앞에 나와 날개를 터는 벌 수도 눈에 띄게 줄어 있었고요. 특히 담장 옆 두 군 중 한 군은 소비 여덟 장 중 세 장에서 곰팡이 냄새가 났고, 다른 한 군은 그나마 상태가 덜했습니다. 같은 조건인데 왜 두 통의 상태가 달랐을까 한참을 들여다봤는데, 나중에야 그 통이 담벼락에 조금 더 바짝 붙어 있어서 통풍이 유독 안 됐다는 걸 알았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습니다. 우선 소문을 평소보다 넓게 열어 공기 순환을 만들어주고, 곰팡이가 핀 소비는 바로 들어내 폐기했습니다. 다행히 두 군 모두 여왕벌은 무사했지만, 세력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걸 회복하는 데 그해 여름 내내 걸렸습니다. 특히 상태가 심했던 통은 8월 말이 되어서야 겨우 예전 소비 매수를 회복했고, 그해 채밀량도 다른 통에 비해 눈에 띄게 적었습니다. 수치로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체감상 절반 가까이 덜 나왔다고 느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장마철에는 비닐 개포 대신 통기성이 있는 소재로 바꿨고, 아무리 비가 와도 3일에 한 번은 소문 앞에서 벌들의 움직임만이라도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통 위치도 다시 살펴서, 담벼락에 너무 붙어 있던 통 두 개는 다음 해 봄에 조금 더 트인 자리로 옮겼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조정 하나로 이듬해 장마 때는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에 함께 손봤던 부분이 소문 크기였는데, 그 이야기는 도봉을 막기 위해 소문 폭을 조절했던 경험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룬 적이 있습니다. 습도 문제와 도봉 문제가 결국 같은 계절, 같은 벌통 관리의 연장선에 있다는 걸 그때 느꼈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부분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조금 망설여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통기성 개포로 바꾸고 점검 주기를 정한 뒤로 큰 사고는 없었지만, "그래서 장마철엔 소문을 얼마나 열어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저도 아직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작년 장마 때는 이웃 농가 어른과 이 문제로 의견이 갈렸습니다. 그분은 습기보다 저온이 더 위험하다며 소문을 오히려 좁혀야 한다고 하셨고, 저는 통풍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넓게 열어뒀습니다. 서로 자기 방식을 설명하다가 결국 "각자 관리하는 벌통이니 각자 방식대로 해보고 나중에 비교해 보자"는 걸로 마무리됐습니다. 결과만 보면 그해엔 양쪽 다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게 정말 제 방식이 맞아서인지 아니면 그저 그해 장마가 짧아서 운이 좋았던 건지는 지금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올해는 봉장 안에서도 통마다 위치와 방향이 다른 만큼, 같은 기준을 모든 벌통에 똑같이 적용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 듭니다. 그늘이 짙은 자리에 있는 통과 볕이 잘 드는 자리에 있는 통을 같은 방식으로 관리해도 되는 걸까요. 담벼락 옆이라 통풍이 유독 안 되던 그 자리를 떠올리면, 통 위치에 따라 소문 폭도 다르게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은 이것도 감으로만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번 장마를 지나며 통별로 날짜와 상태를 간단히 메모해 보고, 그 결과를 다음에 따로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확실한 정답을 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적어도 "비 온다고 무조건 벌통을 안 열어보는 것"만큼은 이제 하지 않습니다. 작은 확인 하나가 곰팡이 핀 소비 몇 장과 여름 내내 걸린 회복 기간을 갈랐다는 걸, 그해 장마가 저에게 가르쳐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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