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차 양봉인에게 배운 겨울나기 노하우 인터뷰

 지난달, 저는 근처 봉장을 30년 넘게 운영해 오신 어르신을 찾아뵀습니다. 겨울나기 시즌을 앞두고 3년 차인 제가 아직도 확신이 안 서는 부분이 많아서, 오래 하신 분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봉장 한쪽 평상에 앉아 나눈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옮겨봅니다. 어르신은 처음엔 "뭐 대단한 거 없다"며 손사래를 치셨지만, 이야기를 시작하시니 한 시간 넘게 이런저런 경험담을 들려주셨습니다. 녹음은 따로 하지 않고 옆에서 메모하며 들은 내용이라, 표현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 점은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30년차 양봉인과 인터뷰하는 모습


월동 준비를 언제부터 시작하시나요

"나는 추석 지나고 바로 시작해. 젊었을 때는 11월 되고 나서야 서두르곤 했는데, 그러다 늦가을 벌통 두 개를 통째로 잃어본 뒤로는 무조건 9월 말부터 준비를 시작하지. 벌들도 갑자기 겨울 준비시키면 스트레스받아. 천천히 시간을 주면서 몸을 만들게 해줘야 해. 사람도 갑자기 추워지면 몸이 놀라는 것처럼, 벌도 마찬가지라고 나는 생각해."

저는 이 말을 듣고 조금 뜨끔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날씨가 추워지는 걸 보고 나서야 부랴부랴 준비를 시작하는 편인데, 어르신은 훨씬 여유 있게 시작하신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젊었을 때"라는 표현을 쓰시는 걸 보면서, 그분도 저처럼 시행착오를 겪는 시절이 있었다는 게 왠지 위안이 됐습니다.

먹이는 얼마나 넉넉하게 주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무게만 채우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해 가을 날씨를 보고 더 얹어줘. 가을이 유난히 길면 벌들이 먹이를 더 많이 쓰거든. 그래서 정해진 기준보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준비하는 편이야. 모자란 것보다는 남는 게 낫다는 게 내 생각이고. 숫자에 너무 얽매이면 오히려 그해 상황을 놓칠 수 있다는 게 내가 오랫동안 느낀 거야."

이 부분에서 저는 제가 그동안 정해진 수치(15kg 같은)만 맹목적으로 따라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르신은 그해 날씨를 보고 유연하게 조정하신다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그럼 남는 먹이는 어떻게 하시냐"고 여쭤봤더니, "봄에 부족한 통에 나눠주면 그만"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답하셨는데, 그 간결함이 오히려 오랜 경험에서 나온 여유처럼 느껴졌습니다.

월동 중 내검은 얼마나 자주 하시나요

"거의 안 열어봐. 대신 통 옆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 이건 30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힌 건데, 말로 설명하긴 어려워. 소리가 이상하다 싶으면 그때만 열어보지. 겨울에 자주 열면 오히려 벌들이 힘들어해."

이 청진 방법은 저도 어느 정도 따라 하고 있는데, 어르신처럼 소리만 듣고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는 건 아직 저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여쭤봤더니 "그것도 수십 번 틀려봐야 감이 온다"고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어르신이 벌통 두 곳에 번갈아 귀를 대보시더니 "이쪽은 조금 약하네" 하시는데, 제 귀에는 두 소리가 거의 비슷하게만 들려서 그 차이를 구분하는 게 얼마나 오랜 경험이 필요한 일인지 새삼 느꼈습니다.

가장 크게 실패했던 겨울이 있으신가요

"있지. 한 15년쯤 됐을 때인데, 그때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서 대충 했다가 한 해에 절반 가까이 잃은 적이 있어. 방심이 제일 무섭더라고. 오래 했다고 안심하는 순간 사고가 나. 지금도 매년 처음 하는 것처럼 긴장하면서 준비해. 남들은 30년이면 이제 손 놓고 해도 되지 않냐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해."

30년 경력의 어르신도 여전히 매년 긴장하며 준비하신다는 말이 저에게는 가장 크게 와닿았습니다. 3년 차인 저는 아직 매번 불안한 게 당연하다고 오히려 위안이 됐습니다. "그 절반을 잃은 해에는 어떻게 다시 회복하셨냐"고 여쭤봤더니, "그다음 해 봄부터 여왕벌 관리에 훨씬 더 신경 쓰면서 천천히 늘려갔다"고 담담하게 말씀하셨는데, 그 말투에서 오랜 시간이 만들어준 침착함이 느껴졌습니다.

저 같은 초보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너무 책대로 하려고 하지 마. 책은 기본만 알려주는 거고, 실제로는 그해 날씨, 우리 동네 지형, 벌통 상태에 따라 다 달라. 3년 정도면 이제 슬슬 자기만의 감이 생길 때야. 그 감을 믿되, 방심은 하지 말고."

이 조언을 들으면서, 그동안 제가 정해진 수치와 기준에 너무 얽매여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어르신처럼 오랜 경험에서 나온 유연함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겠지만, 조금씩 저만의 기준을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어지기 전 어르신은 "언제든 궁금한 거 있으면 전화해"라고 하셨는데, 그 말 한마디가 앞으로 겨울을 나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저는 30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무게를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매년 조금씩 다른 조건 속에서 판단을 쌓아가는 것 자체가 양봉이라는 걸, 어르신의 담담한 말투에서 배웠습니다. 이번 겨울 준비는 어르신 말씀대로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여유 있게 시작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3년 차라고 조급해하지 않고 지금의 불확실함도 언젠가는 감으로 바뀔 거라는 걸 믿어보려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남은 여운

돌아오는 길 내내 머릿속에 남은 건 "방심이 제일 무섭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방심할 만큼의 경력도 안 됐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초보일 때부터 이 말을 새겨듣는 게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르신께 다음에 또 찾아뵈어도 되겠냐고 여쭤봤더니, "언제든 와, 나도 젊은 사람이랑 얘기하는 거 좋아해"라며 웃으셨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이번 겨울나기가 어땠는지 다시 한번 찾아뵙고 여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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