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옥상 양봉 민원 대응 경험담
저는 본가 마당 외에도 도심 건물 옥상에 벌통 두 군을 따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인이 운영하는 건물 옥상 한쪽을 빌려 쓰는 건데, 작년 여름 처음으로 민원이 들어왔던 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날 이후로 옥상 양봉을 대하는 제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시골 봉장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걸, 그 일을 겪고 나서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처음 민원 전화를 받았던 날
7월 어느 오후, 건물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래층 세입자 한 분이 창문 앞으로 벌이 자꾸 날아든다며 불편을 호소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벌통을 놓은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됐고, 벌들이 벌통 주변에서만 활동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관리사무소 담당자는 정중했지만 단호했습니다. "일단 상황을 좀 알아봐 주셔야 할 것 같아요"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참 동안 손에 일이 안 잡힐 정도로 신경이 쓰였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저는 바로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벌통 앞에 서서 벌들이 날아가는 방향을 한참 지켜봤는데, 확실히 한쪽 방향으로 벌들이 몰려가는 게 보였습니다. 그 방향에 있는 창문이 하필 민원을 넣은 세입자분의 창문이었습니다. 벌통 위치와 건물 구조를 다시 살펴보니, 벌통에서 나온 벌들이 바람을 타고 그쪽으로 흘러가는 경로가 만들어져 있었던 겁니다. 옥상 난간 쪽에 서서 한참을 지켜보는 동안, 저 스스로도 벌통을 처음 놓을 때 이런 방향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입자분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던 일
저는 관리사무소를 통해서만 대응하기보다는, 직접 그 세입자분을 찾아뵙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 결정을 하기까지 조금 망설여졌습니다. 괜히 얼굴을 붉히게 될까 봐 걱정도 됐고, 그냥 관리사무소에 맡기는 게 편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제 벌통 때문에 생긴 불편이니 직접 사과드리고 상황을 설명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찾아가기 전날 밤에는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연습을 했습니다.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분은 벌 자체보다는 벌이 창문에 자꾸 부딪히는 소리와 혹시 쏘일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셨습니다. 저는 벌들이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설명드리면서도, 그 설명만으로는 걱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거라는 것도 느꼈습니다. 결국 벌통 방향을 조정해서 벌들이 그쪽 창문으로 향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씀드렸고, 그날 저녁 바로 벌통 입구 방향을 반대쪽으로 돌려놨습니다. 방향을 돌리는 작업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벌들이 갑자기 바뀐 방향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동안 벌통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벌들에게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향을 바꾼 뒤에도 남은 걱정들
방향을 바꾼 지 일주일쯤 지나 다시 여쭤봤더니, 확실히 벌이 줄어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안심시켜 드리기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분은 여전히 창문을 자주 못 열고 지낸다고 하셨고, 저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벌통 방향을 돌리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된다는 걸 그때 느꼈습니다. 방향만 바꾸면 다 해결될 거라 생각했던 제 판단이 너무 단순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벌통과 건물 사이에 키 큰 화분을 여러 개 놓아 벌들의 비행경로를 위쪽으로 유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벌들이 낮게 날면 사람과 마주칠 확률이 높아지는데, 화분으로 자연스러운 장벽을 만들면 벌들이 그 위로 날아오르면서 경로가 높아진다는 걸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었거든요. 실제로 화분을 놓은 뒤로는 창문 높이에서 벌이 보이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다만 이 방법이 정말 벌들의 습성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벌 활동이 계절적으로 줄어드는 시기와 겹친 건지는 저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화분을 옥상까지 올리는 것도 생각보다 일이 커서, 지인분께 도움을 요청해 하루 만에 여섯 개를 겨우 옮겨놨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조심스러운 균형
그 뒤로 저는 옥상 양봉을 할 때마다 이웃한 창문의 위치를 먼저 살피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벌통을 새로 놓거나 위치를 바꿀 일이 있으면, 관리사무소에 미리 알리고 혹시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 달라고 부탁드립니다. 이번 일을 겪기 전에는 옥상이 넓으니 벌통 몇 개 놓는 것쯤은 문제없을 거라 가볍게 생각했는데, 도심에서는 벌통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시골 봉장보다 훨씬 가깝다는 걸 그제야 실감했습니다.
그 세입자분과는 지금도 가끔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습니다. 얼마 전에는 오히려 "요즘은 벌이 아예 안 보이던데 잘 지내나요"라고 먼저 물어봐 주셔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다만 저는 이 관계가 계속 이렇게 안정적 일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벌통 세력이 커지는 봄철이 되면 다시 비행 패턴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 그때가 되면 또 한 번 옥상을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인 건물주분도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세입자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을 붙여두자고 제안하셨는데,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도심에서 양봉을 한다는 건 벌만 잘 관리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이 일을 겪으며 배웠습니다. 벌통 옆에 누가 살고, 어떤 창문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까지 살피는 것도 결국 양봉의 일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골 봉장에서는 한 번도 신경 써본 적 없는 부분인데, 도심에서는 이런 세심함이 벌들만큼이나 관리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지난 일 년 사이 몸으로 배운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