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통별 산란량 기록표 작성법과 활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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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통이 늘어나면서부터 저는 어느 통이 산란이 왕성하고 어느 통이 부진한 지 감으로만 파악하는 게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벌통별로 산란 상태를 간단히 기록하는 표를 만들어 쓰고 있는데, 이번엔 그 방식과 실제로 도움이 됐던 사례를 정리해 봅니다. 통 수가 몇 개 안 될 때는 그냥 다 기억이 났는데, 통이 늘어나니 어제 봤던 게 몇 번 통이었는지도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사소한 혼란이 반복되면서, 결국 뭔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록표는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쓰는 기록표는 간단합니다. 벌통 번호, 내검 날짜, 산란된 소비 매수, 알·애벌레·봉개 비율을 대략적으로(예: 3:4:3처럼) 적고, 특이사항을 한 줄 메모하는 방식입니다. 처음엔 더 세밀하게 기록하려고 했는데, 매번 내검할 때마다 너무 많은 항목을 적으려니 오히려 기록 자체를 미루게 돼서, 지금은 이 정도로 간소화했습니다. 처음 만들었던 양식에는 온도, 날씨, 급이 여부까지 다 넣었었는데, 결국 한 달도 못 가서 쓰지 않게 됐던 경험이 있습니다. 벌통 번호 산란 소비 매수 알:애벌레:봉개 비율 특이사항 1번 5매 3:4:3 양호 2번 3매 1:3:6 알 적음, 관찰 필요 3번 6매 4:3:3 양호 4번 2매 0:2:8 산란 정지 의심 이 표는 실제로 지난달 내검 때 작성한 기록 중 하나를 예시로 가져온 것입니다. 이렇게 한 줄씩 쌓이면, 나중에 벌통별로 시간에 따른 변화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됩니다. 매주 이렇게 표를 채워가다 보...

이웃 양봉인과 방제 방식 다툼 후 화해한 사연

 

이웃 양봉인과 화해하는 모습

제 봉장 바로 옆에는 20년 넘게 양봉을 해오신 이웃 어르신의 봉장이 있습니다. 재작년 봄, 저는 이분과 응애 방제 시기를 두고 꽤 크게 언쟁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며칠 동안 얼굴을 마주치기도 껄끄러울 정도로 마음이 상했었습니다. 두 봉장이 붙어 있다 보니 서로 마주칠 일이 많은데, 그 며칠은 일부러 시간을 피해 가며 내검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 일로 왜 그렇게까지 서로 감정이 상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조금 민망한 기억입니다.

방제 시기를 두고 갈렸던 의견

발단은 단순했습니다. 저는 인터넷과 책에서 배운 대로 4월 둘째 주에 방제를 시작하려 했는데, 어르신은 이 지역은 아직 온도가 낮아서 5월 초는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정해진 시기를 놓치면 응애가 늘어난다는 자료를 근거로 제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어르신은 오랜 경험을 근거로 저더러 조급하다고 하셨습니다. 서로 언성이 조금씩 높아지면서, 결국 "그럼 각자 알아서 하자"는 말로 대화가 끊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날따라 저도 유독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은데, 처음 겪는 의견 충돌이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던 탓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르신과는 늘 좋은 관계였기에, 그렇게 정색하고 부딪힌 게 처음이라 저 스스로도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예정대로 4월 둘째 주에 방제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방제 후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면서, 벌들이 약제에 반응해 평소보다 예민해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행히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 며칠 동안 저는 속으로 불안했습니다. 어르신 말씀이 맞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지만, 먼저 찾아가서 말을 걸기에는 자존심이 상해서 며칠을 그냥 넘겼습니다.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도 벌통 상태가 신경 쓰여 뒤척였던 기억이 나는데, 그럴수록 먼저 사과하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자존심이라는 게 이럴 때 참 쓸데없다는 걸, 그때는 알면서도 어쩌지 못했습니다.

먼저 다가와 주신 어르신

어색한 시간이 계속되던 어느 날, 어르신이 먼저 제 봉장 쪽으로 오셔서 "방제는 잘 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순간 당황했지만, 솔직하게 그날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은 "그거 봐라, 내가 뭐라 했냐"며 웃으셨는데, 그 웃음에 원망이 아니라 걱정이 담겨 있다는 걸 그제야 느꼈습니다. 그동안 혼자 끙끙 앓았던 며칠이 무색할 정도로, 어르신은 아무렇지 않게 먼저 다가와 주셨습니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먼저 손을 내밀어주신 게,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어르신은 그 자리에서 왜 이 지역은 다른 곳보다 방제 시기를 늦춰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습니다. 봉장이 위치한 골짜기 지형 때문에 다른 평지보다 기온이 늦게 오른다는 것, 그리고 20년 넘게 관찰하면서 체감한 패턴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책이나 인터넷 자료는 일반적인 기준일 뿐, 우리 봉장이 있는 이 특정 지형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씀이 그제야 이해가 됐습니다. 저는 그동안 전국 어디서나 통하는 정답이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지형 하나만으로도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골짜기 지형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진작 어르신께 우리 봉장 위치의 특성을 여쭤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함께 들었습니다.

화해 이후 달라진 것들

그날 이후로 저는 방제 시기를 정할 때 책의 기준과 어르신의 경험을 함께 참고하게 됐습니다. 작년에는 어르신 말씀대로 5월 초로 시기를 늦춰봤는데, 확실히 벌들의 반응이 훨씬 안정적이었습니다. 다만 이게 순전히 시기 때문인지, 아니면 작년 날씨가 유독 온화했던 덕분인지는 저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한 번의 시도만으로 완전히 확신하기보다는, 앞으로 몇 년 더 지켜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혼자 자료만 믿고 밀어붙이지 않고, 매년 어르신 의견을 먼저 들어보는 습관이 생긴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변화입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저는 오래 하신 분들의 경험을 함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걸 배웠지만, 동시에 그 경험이 모든 상황에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것도 함께 느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누구 말이 맞는지 다투는 게 아니라, 우리 봉장의 조건을 서로 나누고 함께 맞춰가는 태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서로 자기 방식만 옳다고 밀어붙였는데, 지나고 보니 둘 다 각자의 근거는 있었고 다만 그 근거를 나누는 방식이 서툴렀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처음부터 서로의 근거를 차분히 들어보기만 했어도, 그렇게까지 감정이 상할 일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방제 시기가 다가오면 어르신과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날짜를 정합니다. 가끔은 여전히 의견이 다를 때도 있지만, 예전처럼 언성을 높이기보다는 "올해는 어떻게 다를 것 같으세요"라고 먼저 여쭤보게 됐습니다. 그 작은 다툼이 아니었다면, 저는 아직도 책에 나온 기준만 고집하며 우리 봉장에 안 맞는 방식을 반복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방제철이 아니어도 종종 어르신 봉장에 들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다툼이 오히려 지금의 편한 관계를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는 게 돌아보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갈등을 겪은 뒤에 오히려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걸, 이 일을 통해 처음으로 경험해 봤습니다.

돌아보면 그 며칠의 냉랭했던 시간이 저에게는 꽤 오래 남는 기억입니다. 이웃과의 관계라는 게 매번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도, 그리고 갈등이 생겼을 때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느냐가 관계를 어떻게 이어가느냐를 결정한다는 것도 이번에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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