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데이터와 벌 활동량 상관관계 관찰기
토종벌을 키우면서 몇 번을 봐도 신기한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한 봉군이 둘로 나뉘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자연분봉입니다. 책이나 글로 분봉 과정을 읽었을 때와 실제 봉장 앞에서 벌들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바라볼 때의 느낌은 상당히 달랐습니다.
처음 자연분봉을 목격했을 때는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았습니다. 평소보다 많은 벌이 벌통 주변을 날고 있었고 주변까지 소란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 흐름을 지켜보니 벌들은 무작정 흩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한쪽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결국 하나의 덩어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이후부터 저는 분봉철이 다가오면 벌통 내부만 살피기보다 봉장 주변의 변화까지 함께 관찰하고 있습니다.
제가 자연분봉을 관찰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벌통부터 열어보는 것이 아닙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벌통 입구와 주변의 움직임을 지켜봅니다.
일벌들이 꽃가루를 달고 차분하게 들어가는 평소 모습과 많은 벌들이 동시에 주변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분위기부터 달랐습니다. 다만 활동량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분봉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한두 장면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잠시 자리를 잡고 전체적인 움직임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보는 편입니다.
자연분봉 사례를 살펴보아도 벌들이 벌통에서 대량으로 나온 뒤 기존 벌통 주변을 날다가 가까운 곳에 모이는 과정이 관찰됩니다. 토종벌 자연 분봉시기와 분봉하는 과정 및 방법에서도 비슷한 과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1-f5ea71】
벌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저는 벌통 바로 앞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체 방향을 봅니다. 처음에는 수많은 벌이 제각각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 어디를 봐야 할지 정신이 없습니다.
이때 성급하게 벌을 잡으려고 하기보다는 어디로 모이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분봉 나온 벌들이 주변 나무 등에 일단 자리를 잡는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자연분봉 경험을 기록한 사례에서도 벌들이 주변을 비행한 뒤 한 곳에 모여 봉구를 만드는 모습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1-f5ea71】
저 역시 이 과정에서는 계속 고개를 들어 주변 나뭇가지와 구조물을 살펴봅니다. 벌들이 너무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손이 닿기 어려운 곳에 자리를 잡으면 이후 대응하기가 훨씬 까다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사방으로 날던 벌들이 특정 장소로 모이기 시작하면 조금 전까지 시끄러웠던 상황이 점차 달라집니다. 벌들이 서로 붙으면서 커다란 덩어리처럼 보이는 봉구가 만들어집니다.
제가 처음 이 모습을 봤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많은 벌이 그렇게 좁은 곳에 한꺼번에 모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데 서로 붙어 하나의 덩어리를 유지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괜히 가까이 다가가 계속 건드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자연분봉은 제가 계획해서 진행하는 인공분봉과 달리 벌들의 움직임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맞춰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점도 자연분봉을 관찰하면서 배운 부분입니다.
봉구 위치가 확인되면 그다음부터 새 벌통을 준비합니다. 미리 사용할 벌통의 상태를 점검하고 봉구에서 벌을 받을 수 있는 위치인지 살펴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곤란한 상황은 역시 벌들이 높은 곳이나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모였을 때입니다. 무리하게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벌을 받는 것보다 사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자연분봉을 몇 번 지켜보면서 분봉철에는 벌통 자체만 준비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봉장 주변에 벌들이 임시로 머물 만한 장소가 있는지 함께 살펴보게 됐습니다. 다음 자연분봉을 대비해 주변 환경을 미리 정리해 두는 이유입니다.
처음 자연분봉을 접했을 때는 벌을 새 벌통에 받으면 모든 과정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때부터 다시 관찰해야 했습니다.
벌들이 새 벌통을 자기 집으로 받아들이고 안정적으로 머무는지를 바로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벌을 받은 직후에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후 출입 모습을 꾸준히 살펴봅니다.
저에게 이 기다리는 과정이 의외로 어려웠습니다. 궁금하다는 이유로 계속 들여다보고 싶어 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연분봉을 관찰하면서 벌을 관리한다는 것이 항상 무언가를 손으로 조작하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건드리지 않고 기다리면서 변화를 보는 것도 관리의 한 과정이었습니다.
분봉한 벌들을 새 벌통에 받았다고 해서 기존 벌통에 대한 관심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이후부터 양쪽을 함께 살펴봅니다.
새로 받은 봉군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원래 자리의 벌통 상태를 놓치기 쉽습니다. 자연분봉은 벌 한 무리를 하나 더 얻었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봉군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분봉 당일의 모습만 기록하지 않고 이후 벌들의 출입 활동이나 눈에 띄는 변화도 간단하게 메모해 둡니다. 이렇게 남긴 기록은 다음 분봉철이 왔을 때 생각보다 도움이 됩니다.
예전에는 분봉을 그저 벌통 숫자를 늘릴 수 있는 기회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뒤에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자연분봉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벌들이 스스로 새로운 군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특히 벌들이 한꺼번에 나오던 순간에는 당황스러웠지만, 흩어진 벌들이 어느새 한 곳으로 모여 봉구를 이루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매번 신기합니다.
물론 아직도 자연분봉 시기를 정확하게 알아맞힌다고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날씨도 다르고 봉군마다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지난해 경험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순간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분봉을 무조건 예측하려 하기보다 벌들이 보내는 변화를 놓치지 않는 쪽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분봉철이 돌아오면 저는 새 벌통을 준비해 두고 봉장을 조금 더 자주 둘러봅니다. 그러다가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 보이면 일을 잠시 멈추고 벌들의 움직임부터 바라봅니다.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벌들을 따라 한참 서 있는 날도 있습니다.
그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자연분봉을 처음 목격했을 때의 놀라움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올해 기록도 남겨두었다가 다음 분봉철에 다시 펼쳐볼 생각입니다. 몇 해의 기록이 쌓이면 지금은 알아채지 못하는 작은 신호 하나쯤은 제 눈에도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