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통별 산란량 기록표 작성법과 활용 사례
프로폴리스를 처음 채취하려고 했을 때, 저는 그저 벌통 틈새에 낀 걸 긁어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해보니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고, 몇 번의 실패 끝에 냉동 채취법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겨우 쓸 만한 순도의 프로폴리스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프로폴리스는 다른 양봉 산물에 비해 정보도 많지 않아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씩 알아가야 했던 소재였습니다.
처음에는 벌통 틈새와 소비 프레임 가장자리에 붙은 프로폴리스를 끌칼로 긁어냈습니다. 여름철이라 프로폴리스가 물렁해서 끌칼에 계속 들러붙었고, 긁어낸 덩어리에는 나무 부스러기와 벌통 페인트 조각이 섞여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모은 첫 배치를 나중에 알코올에 녹여봤더니, 바닥에 이물질이 잔뜩 가라앉아 있는 걸 보고 이건 쓸 수 없겠다는 걸 바로 알았습니다. 몇 시간을 들여 모은 결과물이 통째로 쓸모없어진 걸 확인했을 때는 허탈함이 컸습니다.
그 뒤로 몇 번 더 여름철에 채취를 시도했는데, 매번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물렁한 프로폴리스는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고 늘어지면서 다른 이물질을 함께 끌고 왔습니다. 채취 자체에 들이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는데, 결과물은 매번 순도가 낮아서 결국 버리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여름 한 철 동안 세 번을 시도했는데, 세 번 모두 비슷한 결과라 그쯤 되니 방법 자체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 문제를 동호회에 올렸더니, 한 분이 프로폴리스 채취용 그물망을 벌통 위에 깔아 두고 겨울에 통째로 얼려서 떼어내는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프로폴리스는 차가워지면 딱딱해지고 부서지기 쉬운 성질이 있어서, 얼린 상태에서는 이물질 없이 깔끔하게 분리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도 반신반의했는데, 여름철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겨울에 채취한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반신반의하며 그해 가을부터 채취용 그물망을 벌통 상단에 깔아 뒀습니다. 벌들이 그물망 틈새를 막으려고 자연스럽게 프로폴리스를 채워 넣는데, 이 과정 자체는 평소 벌통 관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손이 많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물망을 넣는 타이밍이 늦으면 벌들이 이미 다른 방식으로 틈새를 막아버려서, 가을 초입에 미리 넣어두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첫해에는 이 타이밍을 놓쳐서 그물망에 채워진 양이 기대보다 훨씬 적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파가 며칠 이어진 어느 날, 저는 그물망을 통째로 떼어내 비닐에 담고 냉동실에 하루 더 얼렸습니다. 얼린 그물망을 꺼내 비틀자, 프로폴리스가 뚝뚝 부러지듯 떨어져 나왔습니다. 여름철 긁어내기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는데, 이물질이 거의 섞이지 않은 깨끗한 덩어리들이 그물망 아래로 쏟아졌습니다. 이 순간을 보면서 그동안 여름철에 고생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허무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제야 제대로 된 방법을 찾았다는 안도감이 더 컸습니다.
이렇게 모은 프로폴리스를 알코올에 녹여봤더니, 이전과 달리 바닥에 가라앉는 찌꺼기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정확한 수치까지 재보지는 않았지만, 눈으로 보이는 불순물의 양만 놓고 봐도 여름철 채취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습니다. 이 경험 이후로 저는 프로폴리스 채취를 아예 겨울 한 철로만 정해두고, 나머지 계절에는 그물망만 미리 설치해 두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여름철에 들였던 노력과 시간을 생각하면, 진작 이 방법을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함께 남았습니다.
다만 냉동 채취법도 완벽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물망을 벌통에서 떼어낼 때 벌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어서, 되도록 기온이 가장 낮은 시간대에 재빨리 작업을 마치려고 합니다. 또 벌통마다 그물망을 채우는 속도가 달라서, 어떤 통은 한 철에 꽤 많은 양이 모이는 반면 어떤 통은 거의 비어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차이가 봉군 세력 때문인지, 아니면 벌통 위치나 다른 요인 때문인지는 아직 저도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같은 시기에 같은 그물망을 넣었는데도 이렇게 결과가 다른 걸 보면, 프로폴리스 생산도 개별 봉군의 습성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채취량도 해마다 편차가 있었는데, 어느 해는 꽤 만족스러운 양이 나왔지만 다른 해에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날씨나 벌통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은데, 아직 뚜렷한 패턴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올해는 벌통별로 그물망 설치일과 채취량을 따로 기록해 봐서, 내년에는 이 편차의 원인을 조금 더 좁혀볼 생각입니다. 이번에도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매년 조금씩 데이터를 쌓아가며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프로폴리스 하나 제대로 채취하는 데도 이렇게 시행착오가 필요할 줄은 처음엔 몰랐습니다. 작은 소재 하나도 방법을 바꾸면 결과가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다음번에는 알코올 침출 이후 여과 과정까지 좀 더 세밀하게 기록해서, 채취부터 최종 제품까지 전체 과정을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동호회에서 이 방법을 알려주신 분께는 아직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혼자 인터넷 자료만 찾아봤다면 냉동 채취법이라는 걸 알기까지 훨씬 오래 걸렸을 것 같습니다. 이런 소소한 정보 하나가 몇 계절의 시행착오를 줄여준다는 걸 이번에 다시 느꼈고, 저도 이 기록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