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도봉 사고와 2023년 봉밀 폐기, 날짜와 수치로 남긴 실패 기록
2023년 5월 둘째 주 내검에서 소비 봉개 표면이 1~2mm 정도 미세하게 꺼진 것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열흘 뒤 그 자리에서 죽은 유충 30여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이 글은 그 실패를 계기로 3년째 서양벌과 토종벌을 함께 관리하며 정리한 질병 판별 기준, 방제 후 회복기 관리법, 채밀 직후 월동 준비 과정을 날짜와 수치 중심으로 정리한 기록입니다.
정상 봉개는 볼록하게 솟아 있지만, 질병이 진행 중인 봉개는 표면이 평탄치 않고 살짝 꺼져 보입니다. 저는 매 내검마다 소비 1장당 10초씩 봉개면을 눈높이에서 비스듬히 훑어봅니다. 정면에서 보면 굴곡이 잘 안 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소비를 45도 정도 기울여 빛에 비춰가며 확인합니다. 이 방식으로 바꾼 뒤로는 육안 판별 정확도가 눈에 띄게 올라갔습니다.
이 세 단계 기준을 정리해 놓은 뒤로는 내검 시간이 봉군당 평균 15분에서 10분으로 줄었습니다. 판별 기준이 애매했을 때는 소비 하나하나를 오래 들여다보느라 봉군 전체 내검에 40분 넘게 걸린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기준에 해당하는 소비만 따로 표시해 두고 나머지는 빠르게 넘어갑니다.
당시 저는 꺼진 봉개를 발견하고도 "일단 지켜보자"며 판단을 미뤘습니다. 양봉 3년 차였지만 이쑤시개로 직접 찔러 확인하는 습관이 아직 몸에 배지 않았던 시기였고, 마침 다른 작업 일정이 밀려 있어 확인을 뒤로 미룬 것이 실질적 원인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10일 만에 감염이 인접 소비까지 번져 유충 30여 마리가 폐사했고, 소비 2매를 통째로 폐기해야 했습니다. 이후로는 꺼진 봉개를 발견하면 다른 작업을 중단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이쑤시개로 확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바꿨고, 같은 실수는 이후 1년간 재발하지 않았습니다.
이쑤시개로 찔러 유충이 실같이 늘어지거나 썩은 냄새가 나면 그 즉시 격리합니다. 저는 의심 소비를 본 봉군에서 최소 3미터 떨어진 별도 격리 상자로 옮기고, 사용한 이쑤시개와 장갑은 소비 1장 확인할 때마다 새것으로 교체합니다.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입니다. 봉군 전체 감염률이 20%를 넘으면 왕을 교체하고, 40%를 넘으면 봉군 자체를 폐기한 뒤 벌통을 화염 소독합니다.
왕을 교체할 때는 기존 여왕벌을 제거하고 24시간 뒤에 새 여왕벌을 넣습니다. 바로 넣으면 일벌들이 낯선 여왕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경우가 있어, 이 24시간 텀을 지킨 뒤로는 수용 실패 사례가 크게 줄었습니다.
응애 방제제를 투입하면 여왕벌 산란율이 일시적으로 떨어집니다. 제가 2024년 6월 개미산 방제를 진행한 뒤 매일 소비 사진을 찍어 비교한 기록으로는, 투약 후 5~7일간 산란량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이 기간에는 급하게 화분떡이나 고농도 설탕물을 주지 않고, 500ml 기준 물 1 : 설탕 1 비율의 묽은 설탕물을 이틀에 한 번 200ml씩 나눠 급여했습니다. 산란이 급하게 일어나야 한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벌들의 체력 회복을 우선했습니다.
급여기는 벌통 내부 상단에 놓는 방식을 씁니다. 외부 급여기를 쓰면 다른 봉군 벌들이 몰려들어 도봉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회복기에는 반드시 내부 급여로만 진행합니다.
이때 저는 세력이 줄었는데도 소비를 그대로 8장 유지했습니다. "곧 회복되겠지"라고 안일하게 판단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그 결과 일벌 수 대비 관리해야 할 소비 면적이 넓어 육아 온도가 34도 아래로 떨어지는 구간이 온도계 측정상 사흘 연속 확인됐고, 봉군 세력이 오히려 2주간 더 약해졌습니다. 이후에는 방제 직후 소비를 2매 빼서 6장으로 줄이고 벌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다음 방제 시기였던 2024년 9월에는 같은 방식을 적용한 결과, 세력 저하 기간이 1주 이내로 줄었고 육아 온도도 3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세력이 회복되기 시작하면 분봉열이 옵니다. 저는 세력 회복기에는 내검 주기를 평소 7일에서 4일로 줄여 왕대를 점검합니다. 왕대는 대부분 소비 하단 모서리에서 먼저 생기기 때문에 소비 전체를 다 확인하지 않고 하단 모서리부터 우선 살핍니다. 왕대를 발견하면 그날 안에 제거하고, 동시에 소문을 평소보다 1.5배 넓게 열어 공간에 여유가 있다는 신호를 줍니다.
꿀 냄새가 퍼지면 도봉이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저는 훈연을 3초 이내로 짧게 끊어서 3~4회 나눠 주고, 소비를 꺼낸 뒤에는 바로 밀폐 용기에 넣어 벌통 밖에 방치하지 않습니다. 채밀 후 흘린 꿀 자국은 5분 이내에 물걸레로 닦아내고, 작업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채밀 작업 자체를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 벌들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대에 맞춰 진행합니다.
채밀기 주변 바닥도 작업이 끝나는 즉시 물청소를 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꿀 몇 방울만으로도 30분 안에 다른 벌통 벌들이 몰려드는 것을 여러 번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채밀이 끝난 당일 오후, 늦어도 다음 날까지는 응애 방제를 시작합니다. 2022년에는 채밀 후 일정이 겹쳐 방제를 2주 미루었다가, 이듬해인 2023년 봄 월동 폐사율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높게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해 겨울을 넘긴 봉군 비율이 평소보다 낮았고, 원인을 되짚어보니 채밀 직후 방제 지연이 가장 유력했습니다. 이후로는 채밀 스케줄을 짤 때 방제 일정을 아예 같은 날 오후로 고정해 넣습니다.
월동 식량은 소비 1장당 무게 기준으로 관리합니다. 채밀이 끝난 소비를 저울에 올려 무게를 재고, 부족한 소비는 즉시 설탕물을 추가 급여해 기준치를 맞춥니다. 세력이 약한 봉군은 10월 초까지 합봉을 마쳐 강군 상태로 겨울을 나게 합니다. 합봉 시에는 두 봉군을 신문지 한 장으로 분리해 하루 동안 냄새에 적응시킨 뒤 합치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저울은 별도 장비 없이 휴대용 전자저울에 소비걸이를 얹어 사용합니다. 소비 1장 무게에서 빈 소비 무게(약 0.4kg)를 빼는 방식으로 실제 저장된 꿀양을 계산하며, 이 계산을 10월 초까지 봉군별로 전부 기록해 부족한 봉군을 추려냅니다.
2023년 5월의 판단 지연과 2024년 6월의 소비 관리 실수, 이 두 번의 실패에서 얻은 기준들이 지금의 관리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질병 판별은 봉개 상태와 이쑤시개 확인, 회복기는 소비 조절과 내검 주기 단축, 채밀 후에는 24시간 이내 응애 방제. 이 세 가지 타이밍만 지켜도 큰 실패는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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