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도봉 사고와 2023년 봉밀 폐기, 날짜와 수치로 남긴 실패 기록
2023년 9월 24일, 말벌 트랩 설치를 열흘 늦춘 대가로 봉군 한 통을 통째로 잃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봄철 여왕벌 포획부터 가을철 소문 방어까지 3년간의 대응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실패하고 고쳐온 방제 시점, 유인제 배합 비율, 소문 축소 수치를 구체적으로 정리했습니다.
2023년 저는 다른 일에 밀려 여왕벌 트랩을 4월 초가 아닌 4월 중순에야 설치했습니다. 그해 가을 9월 24일, 장수말벌 20여 마리가 한 봉군의 소문을 집중 공격했고 사흘 만에 일벌 개체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원인은 명확했습니다. 봄에 잡았어야 할 여왕벌 한 마리를 놓치면 가을에 일벌 수천 마리를 상대해야 한다는 걸 그때 체감했습니다. 이후 저는 트랩 설치일을 매년 3월 25일로 고정하고 캘린더에 알림을 걸어 두 번 다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트랩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저는 매년 4월 첫째 주에 봉장 반경 30미터 안의 썩은 나무와 돌무더기를 점검합니다. 2024년에는 이 작업을 생략했다가 5월 말 봉장 옆 고사목 틈에서 말벌 초기 둥지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크기는 지름 4cm 정도로 작았지만, 방치했다면 8월에는 지름 30cm 이상으로 커졌을 겁니다. 발견 즉시 저녁 시간대에 방충복을 갖추고 제거했는데, 낮 시간에는 일벌 활동이 많아 위험도가 높아 반드시 해 진 뒤 30분 이후에 작업합니다.
봄철에는 막걸리 5, 설탕 3, 소주 2 비율로 배합합니다. 소주 비율을 낮춘 이유는 봄철 기온이 15~18도로 낮아 발효 속도가 느리기 때문입니다. 가을보다 조금 더 단맛을 살려야 여왕벌 유인율이 올라갑니다. 배합액은 3일에 한 번 냄새를 확인하고, 발효취가 약해졌다 싶으면 즉시 교체합니다. 2025년에는 교체 시기를 하루 늦춘 것만으로 트랩 하나의 포획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적이 있어, 그 뒤로는 알람을 맞춰 놓고 정확히 3일째 오전에 교체합니다.
9월 하순부터 저는 모든 소문을 7~8mm로 줄입니다. 꿀벌 흉폭은 통과하지만 장수말벌 흉폭은 통과하지 못하는 최소 간격입니다. 2024년 가을, 소문 축소기를 적용한 봉군 15 통과 적용하지 않은 대조군 5통을 비교했더니 대조군에서만 말벌 침입이 반복 관찰됐고, 축소기 적용 봉군은 관찰 기간 4주 동안 침입 시도 자체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방어망을 소문 앞 5cm 거리에 덧대면 말벌이 공중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는 시간이 늘어, 포충망으로 포획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포충망으로 잡은 장수말벌은 즉시 죽이지 않고 몸통에 유인액을 살짝 묻혀 풀어줍니다. 동료를 물고 둥지로 돌아가면 둥지 전체의 활동성이 떨어지는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2024년 10월 한 달간 이 방법으로 표식해 방류한 개체는 총 23마리였고, 그중 6마리가 재출현했을 때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져 있었습니다.
2024년 5월 12일, 소매와 장갑 사이 틈이 2cm쯤 벌어진 채로 작업하다 손목을 쏘였습니다. 원인은 장갑을 소매 안쪽으로 넣은 게 아니라 바깥으로 걸쳐 입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작업 전 반드시 장갑을 소매 안으로 넣고 절연테이프로 이음새를 한 바퀴 감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이후 15개월 동안 같은 부위의 사고는 없었습니다. 말벌이 방충복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소문을 먼저 닫아 봉군을 어둡게 만든 뒤, 긴 집게로 침착하게 제거하는 순서를 지킵니다.
저는 매일 저녁 노트에 다섯 가지를 적습니다. 날씨, 기온, 트랩 보충 여부, 소문 앞 말벌 출현 개체 수, 그날의 특이사항입니다. 3년 치 기록을 모아 보니 말벌 출현이 가장 급증하는 구간은 매년 9월 20일에서 10월 10일 사이였고, 이 3주간 트랩 점검 주기를 7일에서 4일로 줄인 뒤, 2025년에는 같은 기간 봉군 피해 건수가 2023년 대비 0건으로 줄었습니다. 기록은 스마트폰 메모 앱 대신 종이 노트를 고수하는데, 현장에서 장갑을 낀 채로도 바로 체크할 수 있어서입니다.
3년을 돌아보면 핵심 실패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2023년 트랩 설치 시점을 놓쳐 봉군을 잃은 일, 둘째는 2024년 방충복 틈새로 사고를 겪은 일입니다. 두 실패 모두 원인은 '기본 절차를 서두르거나 생략한 것'이었고, 개선은 모두 날짜와 수치를 정해 습관으로 고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정성보다 먼저 필요한 건 정확한 날짜와 기준치라는 걸 이 두 번의 실패로 배웠습니다. 지금은 매년 1월 말에 지난해 기록을 다시 읽으며 그해의 기준치를 조정하는 것으로 한 해 양봉 준비를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쌓은 트랩 배합 비율, 소문 축소 수치, 실패 사례를 정리해 후배 양봉가용 체크리스트 형태의 가이드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초안은 계절별 3개 챕터, 총 40여 개 점검 항목으로 구성했고, 2026년 안에 블로그에 순차 공개할 계획입니다. 매 챕터 끝에는 실제 제가 겪은 실패 사례와 개선 조치를 날짜와 함께 표로 정리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구성했습니다.
3년간 두 번의 실패를 겪으며 배운 건 결국 날짜와 수치를 정해두는 습관이었습니다. 봄철 3월 25일 트랩 설치, 가을철 7~8mm 소문 축소, 이 두 기준만 지켜도 말벌 피해는 크게 줄어듭니다. 올가을에도 저는 같은 기준으로 봉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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