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도봉 사고와 2023년 봉밀 폐기, 날짜와 수치로 남긴 실패 기록
양봉에서 벌통 자리 선정은 단순히 햇볕과 공간만 고려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2023년 첫해, 볕이 잘 드는 산기슭을 명당이라 믿고 벌통을 놓았다가 바람이 통하지 않아 내부 온도가 치솟는 ‘한증막’ 같은 환경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애벌레 집단 폐사와 급수 실패까지 겪으며 장소 조건이 수확량과 생존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고, 이후 바람길과 밀원 조건을 고려해 자리를 옮긴 뒤에야 안정적인 월동과 두 배 가까운 수확량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2023년 5월 초, 저는 볕이 잘 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산기슭 안쪽 자리에 벌통 5통을 들여놓았습니다. 주변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양옆이 산으로 막혀 있다는 사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오히려 바람을 막아주는 지형이라 벌통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만 해석했는데, 이 판단이 두 달 뒤 큰 화근이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해 7월 첫째 주,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날이 사흘 연속 이어지면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는 지형 탓에 벌통 내부 온도가 40도 가까이 올라간 것을 온도계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정상적인 벌통 내부 온도는 34~35도 안팎으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보다 5도 이상 높은 상태가 며칠째 계속된 것입니다. 벌통 주변 풀숲을 손으로 헤쳐보니 공기가 전혀 흐르지 않고 후텁지근한 것이 그대로 느껴졌고, 근처에 세워둔 온도계는 벌통 그늘 아래에서도 38도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7월 5일 벌통을 열어보니 5통 중 3통에서 애벌레가 집단으로 폐사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소비 한 장당 평균 40~50마리의 애벌레 중 절반 가까이가 죽어 있어, 체감 폐사율은 40~50% 수준이었습니다. 죽은 애벌레는 색이 누렇게 변해 있었고 소비를 들어 올렸을 때 물컹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급한 대로 그날 오후 차광막 2장을 벌통 위에 덮고 소형 선풍기 1대를 벌통 입구 쪽에 틀어 바람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차광막은 가로 2m, 세로 1.5m 크기로 벌통 5통을 한꺼번에 덮을 수 있도록 지지대를 세워 설치했고, 선풍기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씩 가동했습니다. 이 응급조치로 내부 온도를 37~38도까지는 낮췄지만, 정상 범위인 35도 이하로는 끝내 떨어뜨리지 못했습니다. 전기료도 한 달에 약 3만 원가량 추가로 나갔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습니다.
응급조치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된다고 판단해, 2023년 7월 말 바람이 통하는 능선 아래쪽 밭 옆 공터로 벌통을 전부 옮겼습니다. 설치부터 이전까지 정확히 두 달 반 만의 결정이었습니다. 새 자리는 아침 7~9시 사이 햇빛이 벌통 입구를 비추면서도, 낮에는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이 지나가는 위치였습니다. 자리를 옮긴 뒤 같은 해 8월 중 내부 온도를 다시 측정했을 때 34~36도 범위로 안정된 것을 확인했고, 추가 폐사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장소를 옮기기 전이었던 2023년 6월, 저는 근처에 자연 수원이 없다는 이유로 별도의 급수 시설 없이 벌들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처음에는 벌들이 알아서 물을 찾아다닐 것이라 가볍게 생각했는데, 이것이 두 번째 실수였습니다. 그 결과 벌들이 물을 찾아 최대 1.5km 이상 떨어진 이웃 논까지 날아가는 것을 관찰했고, 그중 상당수가 논에 뿌려진 농약 잔여물이 섞인 물을 먹고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벌통 입구 앞에서 오전 9시부터 30분간 관찰했을 때, 평소라면 대부분의 일벌이 꽃가루를 다리에 묻히고 돌아왔지만 이 시기에는 절반 가까이가 빈 몸으로 지쳐서 돌아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 주 동안 확인한 실종·폐사 개체는 벌통당 하루 평균 15~20마리 수준으로, 평소(하루 5마리 내외)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였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수가 나오는 지점 근처를 찾아 얕게 웅덩이를 파고 급수 시설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크기는 가로 40cm, 세로 30cm 정도로 집에서 쓰는 대야 하나 크기였고, 깊이는 신발 윗부분이 젖지 않는 3~4cm 수준으로 얕게 팠습니다. 호스를 연결해 지하수가 조금씩 흘러들어오도록 했고, 물이 고이면 자연스럽게 넘쳐흐르도록 배수 홈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이 시설을 만든 뒤로 벌들의 원거리 이동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웅덩이를 만든 초기에는 자갈 없이 맨 흙바닥으로 운영했는데, 비가 오면 흙탕물이 되고 벌 여러 마리가 물에 빠져 죽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실제로 자갈을 깔기 전 2주 동안 웅덩이 안에서 발견한 익사 개체는 12마리였습니다. 이후 지름 1~2cm 크기의 자갈을 웅덩이 바닥과 가장자리에 깔아 벌들이 자갈 위에 앉아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주었고, 자갈을 깐 이후 2주간 관찰한 익사 개체는 1마리로 줄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도 흙이 파이지 않아 물이 항상 맑게 유지되었습니다.
양봉을 시작하기 전에는 저도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깊은 산속이 벌에게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관리 차원에서는 정반대였습니다. 차량 진입이 안 되는 지역에 벌통을 두면 매일 상태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도보로 왕복 40분 이상 걸리는 곳이라면 점검 주기가 자연스럽게 일주일에 한두 번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주변 양봉인 중 한 분은 산속 깊은 곳에 벌통을 두었다가 말벌 습격을 뒤늦게 발견해 벌통 4통 중 3통을 통째로 잃은 사례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확인 주기가 열흘 이상 벌어졌던 것이 피해를 키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사례를 계기로 벌통에서 차량 진입로까지 도보 5분 이내 거리를 기준으로 자리를 정하고 있고, 최소 이틀에 한 번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마당에 꽃을 심어두면 벌이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로 벌들은 반경 2~3km 안에 있는 대규모 밀원수 군락을 우선적으로 찾아갑니다. 제가 관리하는 벌통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아카시아나무 군락(약 200그루 규모)까지 거리는 직선으로 약 1.8km였는데, 벌들은 매일 이 거리를 왕복하며 꿀을 모아 왔습니다. 아카시아 개화기인 5월 초부터 약 2주간은 아침 6시부터 벌통 입구가 붐빌 정도로 출입이 잦았고, 하루 왕복 횟수를 어림잡아 세어보니 마리당 6~8회에 달했습니다. 반면 벌통 바로 옆 10m 이내에 심어둔 화단의 꽃에는 방문한 벌이 거의 없었습니다. 같은 시기 밤나무 군락(약 1.2km 거리)에도 벌들이 몰렸는데, 개화 시기가 6월 초로 아카시아보다 늦어 채밀 시기를 분산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밀원수 군락의 규모와 거리가 정원 조경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2023년 첫해 잘못된 장소에서 얻은 수확량은 통당 5kg에 그쳤습니다. 반면 2024년, 바람길과 밀원 조건을 모두 고려해 자리를 다시 잡은 뒤에는 같은 통 기준 수확량이 10kg으로 늘었습니다. 정확히 100% 증가한 수치입니다. 2025년에도 같은 자리를 유지한 결과 통당 9.5~11kg 사이로 안정적인 수확량을 기록했습니다. 3년 치 데이터를 함께 놓고 보면 장소를 옮긴 이후 연평균 편차도 1.5kg 이내로 줄어, 해마다 수확량을 예측하기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장소 선정 하나가 전체 수확량을 두 배 가까이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수치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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