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도봉 사고와 2023년 봉밀 폐기, 날짜와 수치로 남긴 실패 기록
2023년 4월 15일 첫 내검에서 훈연기 불이 세 번이나 꺼져 벌에게 네 방을 쏘였습니다. 이후 2024년 채밀 시즌에는 저가 스크래퍼가 휘어져 작업이 지연됐고, 같은 해 여왕벌 마킹 실수로 봉군 하나를 잃을 뻔했습니다. 3년 차 양봉인으로서 겪은 장비 실패와 개선 과정을 날짜와 수치로 정리합니다.
2023년 4월 15일, 첫 단독 내검에서 훈연기에 마른 소나무 잎만 채워 넣었습니다. 불을 붙인 지 4분 만에 꺼졌고, 뚜껑을 열 때마다 다시 불을 붙이느라 작업이 세 번 중단됐습니다. 그사이 벌통 뚜껑을 여는 진동에 벌들이 경계 태세로 돌입했고, 저는 손등과 팔에 네 방을 쏘였습니다. 쏘인 자리는 팔뚝에 세 곳, 손등에 한 곳이었고, 그중 한 곳은 다음 날까지 부기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원인은 명확했습니다. 소나무 잎만으로는 화력이 약해 5분을 넘기지 못했고, 저온의 은은한 연기 대신 강하고 매캐한 연기가 나면서 벌을 오히려 자극한 것입니다. 원래 계획했던 벌통 8개 내검 중 실제로는 5개만 끝내고 그날 작업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2023년 4월 22일부터는 소나무 잎과 골판지를 3대 1 비율로 켜켜이 채워 넣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먼저 마른 골판지를 바닥에 깔고 불을 붙인 뒤 소나무 잎을 위에 얹어 눌러주는 방식으로 산소 공급을 조절했습니다. 훈연기 뚜껑을 완전히 닫지 않고 1cm 정도 틈을 남겨두는 것도 산소 조절에 도움이 됐습니다. 이후 5회 연속 내검에서 훈연기가 평균 20분 이상 꺼지지 않고 유지됐고, 연기 색도 하얗고 은은하게 바뀌었습니다. 벌에 쏘인 횟수도 같은 5회 동안 0회로 줄었고, 벌통 8개를 내검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첫날 대비 절반 수준인 약 50분으로 단축됐습니다.
저는 여름철 통기용 메시 보호복과 겨울철 두꺼운 원단 보호복을 구분해서 씁니다. 메시 보호복은 방충망 구멍 지름이 1.2mm 이하인 제품만 고르는데, 그보다 크면 어린 일벌 한 마리가 뚫고 들어온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얼굴망은 철망 대신 폴리에스터 소재를 씁니다. 철망은 여름철 땀이 차면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서 소비 위 알과 애벌레를 구분하기 어려웠던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장갑은 손목 밴드 길이가 15cm 이상인 것을 씁니다. 그보다 짧은 장갑을 쓰던 2023년 5월에는 손목과 소매 사이 틈으로 벌이 들어와 작업을 중단한 적이 3회 있었고, 그중 한 번은 장갑을 벗다가 손등을 쏘였습니다. 이후로는 보호복 소매와 장갑 밴드를 반드시 겹쳐 테이프로 고정하는 습관을 들였고, 2023년 6월부터는 같은 방식의 사고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2024년 6월 3일, 첫 채밀에서 두께 1.5mm짜리 저가 스크래퍼를 썼습니다. 프로폴리스로 밀봉된 벌통 이음새를 뜯어내던 중 힘을 주자마자 날이 15도가량 휘어졌습니다. 벌통 하나를 여는 데 원래 2분이면 될 작업이 5분 넘게 걸렸고, 벌통 12개를 여는 데 예정보다 40분이 더 소요됐습니다. 손잡이 그립감도 나빠 30분쯤 지나자 손바닥에 물집이 잡혔습니다.
2024년 6월 10일부터 두께 3mm 고강도 스테인리스 스틸 스크래퍼로 바꾸고, 손잡이는 고무 그립이 감긴 제품을 골랐습니다. 같은 12개 봉군을 여는 데 걸린 시간이 총 40분 지연에서 오히려 예정보다 5분 빠른 결과로 바뀌었습니다. 벌통 1개당 개방 시간도 평균 2분 내외로 돌아왔고, 3시간 연속 작업 후에도 손바닥 물집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채밀이 끝난 당일, 저는 채밀기 내부를 60도 온수로 먼저 헹구고, 중성세제로 한 번 더 씻은 뒤 흐르는 물로 세 번 헹굽니다. 전체 세척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25분입니다. 밀랍 뚜껑을 깎아내는 전열 칼도 같이 닦는데, 날 부분에 남은 밀랍은 온수보다 살짝 뜨거운 70도 물에 10초쯤 담가야 말끔히 떨어집니다. 금속 베어링 부위에는 식용 오일을 얇게 발라 보관하는데, 2023년에는 이 과정을 생략했다가 이듬해 봄 베어링 두 곳에 녹이 슬어 부품을 새로 사야 했습니다. 당시 부품 교체와 배송에만 8일이 걸려 그해 첫 채밀 일정이 그만큼 늦춰졌습니다. 이후로는 채밀이 끝나는 날 바로 오일을 바르고, 6개월마다 한 번씩 전체 분해 점검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습니다.
2024년 5월 20일, 여왕벌 마킹에 일반 유성펜을 사용했습니다. 펜을 칠한 지 10분도 안 돼 일벌 대여섯 마리가 여왕벌을 에워싸고 공격하는 배척 행동을 보였습니다. 급히 여왕벌을 격리해 상태를 살폈더니 다리 한쪽이 손상돼 있었습니다. 원인은 유성펜의 화학 냄새를 일벌들이 침입자 냄새로 인식한 것이었습니다. 스프링 포획기로 여왕벌을 잡을 때도 평소보다 힘을 세게 줬는데, 이 압력 때문에 복부가 눌려 다리 손상이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다행히 격리 후 사흘 만에 산란을 재개했지만, 하마터면 8번 벌통 봉군 전체를 잃을 뻔했습니다.
2024년 5월 23일부터 양봉 전용 무독성 마킹 펜으로 바꾸고, 포획기 압력도 손끝 힘의 절반 이하로 줄여 복부를 누르지 않도록 조정했습니다. 마킹 색도 그해 태어난 여왕벌임을 표시하는 흰색으로 통일해 이듬해 봄 세대 구분이 쉬워졌습니다. 이후 같은 해 9월까지 진행한 여왕벌 마킹 6회에서 배척 행동은 0건이었습니다. 마킹 후 산란 재개까지 걸린 시간도 평균 2시간 이내로 줄었고, 마킹 작업 자체도 여왕벌 1마리당 평균 90초 내로 끝낼 수 있게 됐습니다.
2024년 11월 8일, 월동 준비를 하며 소비당 먹이량을 저울로 직접 측정했습니다. 기준치인 2~2.5kg에 못 미치는 1.3kg짜리 벌통이 12개 중 3개 있었고, 즉시 사양액을 1.5리터씩 추가 급여해 기준을 맞췄습니다. 빈 소비는 벌통마다 2~3매씩 제거해 열효율을 높였고, 봉구가 먹이장에서 3cm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소비 배치도 다시 짰습니다. 2023~2024년 겨울에는 이 저울 측정을 생략하고 눈대중으로만 확인했는데, 그 결과 12개 봉군 중 2개가 먹이 부족으로 폐사했습니다. 2025년 2월 20일 월동 종료 후 확인한 결과, 저울로 먹이량을 보충했던 3개 봉군을 포함해 전체 12개 봉군의 월동 폐사율은 4%(12개 중 약 0.5개 수준의 세력 손실)로, 전년도 15%보다 크게 낮아졌습니다.
2023년 훈연기 실수, 2024년 스크래퍼와 여왕벌 마킹 실패까지 장비 하나하나가 수치로 남긴 교훈이었습니다. 결국 좋은 장비보다 중요한 건 실패를 기록하고 바로 다음 작업에 반영하는 태도였습니다. 이 기록이 다음 겨울 폐사율을 더 낮추는 데 쓰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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