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차 양봉인에게 배운 겨울나기 노하우 인터뷰
양봉을 시작하고부터 저는 매년 봄마다 우리 지역 밀원식물의 개화 시작일을 수첩에 적어왔습니다. 처음엔 그냥 기록 삼아 남긴 건데, 3년 치가 쌓이고 나니 해마다 시기가 얼마나 들쭉날쭉한지, 그리고 그 변화가 실제 채밀 일정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그 3년 기록을 정리해서 공유해 봅니다. 같은 지역에서 양봉을 하시는 분들께는 참고가 될 수 있겠지만, 지역마다 편차가 클 수 있으니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시기보다는 각자 지역의 기록을 쌓아가시는 데 참고 정도로만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제가 기록하는 기준은 "개화 시작일"입니다. 나무나 풀 전체가 만개한 날이 아니라, 해당 밀원식물의 꽃이 처음 눈에 띄게 피기 시작한 날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매년 같은 장소, 같은 나무 몇 그루를 정해두고 그 지점을 기준으로 관찰했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않아도 나름의 일관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찰은 거의 매일 아침 벌통을 살피러 나가는 길에 함께 확인했고, 애매한 날은 그다음 날 다시 확인해서 확실해진 날짜로 기록했습니다. 기록은 휴대폰 메모 앱에 간단히 적어뒀다가, 매년 겨울에 한 번씩 표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 밀원식물 | 2023년 개화 시작 | 2024년 개화 시작 | 2025년 개화 시작 |
|---|---|---|---|
| 매실나무 | 3월 18일 | 3월 12일 | 3월 21일 |
| 유채꽃 | 4월 2일 | 3월 28일 | 4월 5일 |
| 아까시나무 | 5월 14일 | 5월 9일 | 5월 17일 |
| 밤나무 | 6월 8일 | 6월 3일 | 6월 10일 |
| 싸리나무 | 7월 15일 | 7월 11일 | 7월 19일 |
다섯 가지 식물 모두 봄부터 여름까지 순서대로 개화하는 흐름 자체는 3년 내내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다만 각 연도의 시작일이 전체적으로 앞뒤로 밀리는 정도가 매년 조금씩 달랐다는 점이, 이 표를 정리하면서 가장 뚜렷하게 보인 부분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2024년이 세 해 중 유독 개화가 빨랐다는 점입니다. 모든 밀원식물이 2023년과 2025년보다 4~5일씩 앞당겨졌습니다. 그해 2월 기온을 나중에 찾아보니 평년보다 확실히 따뜻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한 수치까지 대조해보지는 못해서 이 부분은 저만의 체감으로 남겨둡니다. 다섯 가지 식물이 순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통째로 시기만 앞당겨진 걸 보면, 개별 식물의 특성보다는 그해 전체 기온 흐름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반대로 2025년은 세 해 중 가장 늦은 편이었는데, 그해 봄에 유독 꽃샘추위가 길게 이어졌던 기억과도 얼추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아까시나무 개화 시기의 변동 폭입니다. 2024년 5월 9일에서 2025년 5월 17일까지, 딱 일주일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아까시 채밀은 저에게 한 해 수확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기라, 이 시기를 잘못 예측하면 채밀 준비(격왕판 설치, 계상 올리기)를 놓칠 수 있어서 매년 가장 예민하게 지켜보는 항목입니다. 밤나무와 싸리나무도 아까시와 비슷한 폭으로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세 식물이 서로 얼마나 연관되어 있는지는 앞으로 더 지켜볼 부분입니다.
2025년의 경우, 저는 2023년과 2024년 기록을 근거로 아까시 개화를 5월 12일쯤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5월 17일까지 미뤄졌습니다. 다행히 매실나무와 유채꽃 개화시기도 예년보다 늦어지는 게 먼저 관찰됐던 터라, 그 흐름을 보고 아까시도 늦어질 수 있겠다고 미리 짐작해 격왕판 설치를 예정보다 사흘 늦췄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판단이 맞아떨어져서, 계상에 산란이 섞이는 문제없이 순조롭게 채밀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예정대로 5월 12일 기준으로 설치했다면, 개화가 늦어진 만큼 격왕판만 먼저 걸려 여왕벌 산란 공간이 좁아지는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었겠다 싶습니다.
만약 3년 치 기록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예년과 똑같은 날짜에 맞춰 격왕판을 설치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계상 산란 혼입 문제를 다시 겪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록을 시작한 이유가 처음엔 그냥 궁금해서였는데, 이렇게 실제 판단에 도움이 될 줄은 기록을 쌓기 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날짜만 적어두는 습관 하나가 이렇게 채밀 결과까지 바꿀 줄은, 처음 수첩을 펼쳤던 3년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다만 3년 치 기록만으로 확실한 패턴이라고 말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3년이라는 기간이 기후 변화나 지역적 특수성을 판단하기엔 짧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앞선 두 식물의 개화 순서가 뒤의 식물 개화 시기를 어느 정도 예고해 주는 것 같기는 한데, 이게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실제로 연관이 있는 건지는 몇 년 더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웃 농가 어른께 여쭤보니 본인은 10년 넘게 비슷한 걸 기록해 오셨다고 하는데, 그분 기록과 제 기록을 언젠가 함께 놓고 비교해 볼 수 있으면 훨씬 근거가 탄탄해질 것 같습니다.
다음 해부터는 개화 시작일 뿐 아니라 그 주간의 최고·최저 기온도 함께 메모해보려 합니다. 지금처럼 날짜만 적는 것보다는, 기온 변화와 개화 시기를 나란히 놓고 보면 조금 더 근거 있는 예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몇 년 뒤에는 이 기록을 근거로 그해 채밀 계획을 더 미리, 더 정확하게 세울 수 있게 되길 바라봅니다. 기온 기록은 인터넷 기상 자료를 참고하면 될 것 같은데, 우리 봉장이 있는 정확한 위치의 자료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는 아직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